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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와 근대 역사 속에서 참혹하게 희생된 아메리카 원주민들 (3편)

국제 & 사회 이야기/국제 사회 문제

by Aaron martion lucas 2020. 11. 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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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기독교인들은 말을 타고 칼과 창으로 살육과 함께 이상한 잔인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유럽인은 내륙의 주거지까지 들어가 아이들이건, 노인이건, 임산부이건, 분만을 하는 여성이건, 가리지 않고 찌르고 가르고 베었다. 마치 양 떼들을 들판의 울타리에 몰아놓고 공격하듯이.

기독교인들은 누가 단칼에 남자를 두 토막으로 가르느냐, 머리를 뎅겅 자를 수 있느냐, 아니면 창으로 창자를 꺼낼 수 있느냐를 가지고 내기를 걸었다. 엄마 젖을 먹는 어린 아기를 발을 잡아 낚아채 바위에 머리를 내리쳤다. 어떤 스페인 군인은 아기의 어깨를 잡아 강물에 던지고는 아기들이 강물에 떨어지면 소리 내어 웃으며 농을 하며 소리쳤다. “아무개를 잘 삶아라!” 기독교인들은 아기를 데리고 있는 엄마가 눈에 뜨이기만 하면, 둘을 한 칼에 꼬치처럼 꿰었다.

…(중략)

아투에이(본문에 등장하는 쿠바의 인디언 부족장)가 화형 말뚝에 묶였을 때 경건한 프란체스코화 신부가 그곳에 있었고, 거기서 아투에이에게 형 집행인이 허락한 아주 작은 시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하느님과 우리 신앙의 몇몇 가르침에 대하여 전하려고 하였고 아투에이로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신부는 만일 아투에이가 방금 들은 얘기들을 믿는다면 천국에 가게 될 것이고 그곳에는 영광과 영생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믿지 않는다면 지옥에 갈 것이며 영원한 고통과 징벌을 받게 되리라고 말했다. 약간 생각을 한 후, 아투에이는 신부에게 기독교인들도 천국에 가게 되느냐고 물었다. 신부는 선량한 기독교인은 천국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투에이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즉각 대답하기를, 자신은 천국에 가고 싶지 않으며 더 이상 이처럼 잔인한 사람들을 보지 않기 위하여 스페인 사람들이 없는 지옥에 차라리 가겠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가서 한 짓으로 인해 하느님과 우리 신앙이 획득한 명성과 영예이다.”

-<눈물의 인디언 문명 파괴사> ,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 이제순 역 -

*여기에서 지칭하는‘기독교’는 로마 가톨릭 교회, 즉 천주교를 가리킨다.

스페인 사람들이 ‘인디오’라고 부르던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자행한 학살과 참상을 고발한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1484-1566)는 로마 가톨릭의 도미니코회 수사로서 대항해 시대당시 중남미 대륙에서 유럽인들이 자행한 살육과 학살의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긴 인물이다. 사실 라스 카사스 그 자체도 노예제 무역 문제에 대해서 오락가락하는 등 시대적인 한계를 온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으나, 종교인 및 수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유럽인들의 중남미 대륙 약탈의 역사를 생생히 기록하며 그 스스로도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애쓴 공로가 있다. 모두가 약탈과 학살의 주체이거나 방관자였던 당시에 (비록 한계는 많았지만) 그마저 없었다면 라틴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인들의 학살과 약탈의 많은 부분이 은폐되었을지도 모른다. 보편적 인권이 범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그리스도교가 제3세계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그리스도교도들 사이에서도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결과 20세기 중반 이래로, 그의 역사적 공로와 그가 남긴 문헌의 가치가 결국 그리스도교 교회 내부에서도 재평가되고 인정받아 성인으로 시성 되었다.로마 가톨릭 교회 7 18, 영국 성공회 7 20, 미국 복음주의 루터교회 7 17)

1552년 저서 <눈물의 인디언 문명 파괴사>, 아직도 판매되고 있다.

그가 남긴 불후의 저작 <눈물의 인디언 문명 파괴사>를 읽어나가다 보면 인간성과 근대 문명의 본질을 회의하게끔 만드는 끔찍한 구절이 너무나도 많다. 더군다나 그가 스페인의 중남미 대륙 침탈의 이데올로기적 기제로 이용되었던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도자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가 스페인의 꽁끼스따도르(정복자)’, 고위 관료들, 교회의 동료들이 자행한 만행들을 굳이 과장해서 서술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라스 카사스의 증언으로 전해지는 스페인의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의 잔혹함의 정도는, 근대 서구인들이 두려움과 신비감을 가지고 대상화하여 바라보았던 전근대 중국의 중화주의를 중심으로 한 황제 체제와 비잔틴의 신정 일치 체제의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래로 50년간, 스페인인들이 카리브해 연안의 섬들과 대륙 내 영토의 많은 부분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라스 카사스의 추산으로는 40년 동안 천5백만명의 원주민들이 직접적인 학살과 빈곤, 학대, 방치로 인해 죽어갔다.

스페인 군은 인디언 포로들을 구덩이에 몰아놓고 군견으로 하여금 물어뜯게하는 처형방식을 즐겨썻다.

역사를 깊이 공부하거나 전공하는 사람들이 (필자도 종종 역사 관련한 글을 쓸 때마다 그런 유혹에 빠지곤 한다) 흔히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전근대의 인명피해를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다. 물론 전근대에 벌어진 학살과 근대 이후에 벌어진 학살을 같은 맥락과 잣대를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다. 가령 역사적 기록과 관련자들의 증언에 대한 교차 연구와 과학적 분석(가령 유해 발굴이나 DNA 추출 및 감식 등), 그리고 국제법에 따른 법적 재판 등이 보다 용이한 근대 및 현대에 벌어진 학살과 전쟁범죄는 역사적 책임의 소재를 묻기가 더 쉽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인간의 생명권 윤리와 살생에 대한 금기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보편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옛적 중국 초한 쟁탈기의 군웅이자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장수이며 군 지휘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초패왕항우가 전근대 동아시아의 유자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지 못한 것이며, 서구인들 입장에서는 적장이자 이교도였음에도 뛰어난 전략과 당대로서는 엄청난 관대함과 후덕함으로 명성을 날렸던 아이유브 왕조의 창업 군주 살라흐 앗 딘(1137-1193)이 서구 세계에서 두려움과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또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 등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세계종교는 인권과 국제법이 부재하고 과학적 분석을 통한 법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시대, 고대인들의 생명에 대한 성찰과 통찰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유사 이래로 이어져 온 생명 존중 사상과 국가폭력과 전쟁에 대한 경각심이 근대에 들어 보다 법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발현된 것이 바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과 국제법(International Law)’인 것이다.

1948년 12월 엘레노어 루스벨트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세계인권선언문 30조항을 선포하였다.

필자는 로마 가톨릭 교회를 이데올로기적 무기로 삼았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의 라틴 아메리카 대륙 침탈과, 이후 영국 청교도들이 북미 대륙에서 벌인 이주 및 개척 사업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아메리카 인디언들과의 충돌, 그들에 대한 학살, 복속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 연속성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며, 역사적이고 신학적이면서도 정치적인 맥락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전근대(주류 역사학계에서는 이 시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세분화하여 근세(pre-modern period)’로 규정한다)에 벌어진 이 전대미문의 폭력과 살육의 유산이 온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근현대에 인종주의와 혐오, 신식민주의 등의 형태로 이어져 온 것이다. 그렇기에 전근대의 국가폭력과 학살이라고 하더라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중남미 대륙 정복으로 시작된 아메리카 원주민 침탈의 역사가 어떻게 북미 대륙에서 영국 청교도들의 침탈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미국의 역사가 어떻게 정립되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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