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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들을 중심으로 보는 미국 인종주의 기원 (2편)

국제 & 사회 이야기/국제 사회 문제

by Aaron martion lucas 2020. 11. 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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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 2010년도 인구조사 통계에서는 269,421명의 인구를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과 북아메리카 선주민(통칭 "인디언") 사이의 혼혈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학계와 대중매체에서는 이들을 보통 "흑인 인디언(Black indians)"이라고 부른다. 또한 저명한 흑인 문화예술 비평가이자 학자인 헨리 루이스 게이트 주니어(Henry Louis Gate Jr.)는 오랜 연구를 거쳐, 오늘날 적지 않은 흑인들의 선조 중 체로키족, 나바호족 같은 북아메리카 선주민이 섞여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흑인들이 주축이 된 온라인 네트워크 에보니 라이프(EBONY Life)에서는 1835년도 통계 자료를 통해 체로키족 중 10퍼센트 가량이 아프리카계와 혼혈이라고 밝힌다.

미국의 흑인 래퍼 와카 플로카(Waka Flocka) 역시 자신의 뿌리는 인디언이지 흑인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혈통 및 가계를 밝혀내는 일은 DNA 감식 등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저 발표들을 백 퍼센트 맹신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상술한 언급들은 북아메리카 대륙 내 흑인들과 인디언들 사이의 역사적 상호성, 미국 역사에서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역사적 자취를 시사한다.

여기서 의아해 할 독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된 모자에 날카로운 눈매와 툭 튀어나온 광대뼈, 체구가 작으면서도 날렵한 이미지가 아메리카 인디언들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확실히 우리가 미디어나 실생활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흑인들의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흑인들 중 상당수의 가계에서 인디언계 선조가 발견된다니, 우리의 통념과 매치가 안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인디언의 모습, 흑인 인디언은 우리의 통념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념은 통념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인종(race), 민족(ethnicity)간 경계의 개념 중 상당수는 근대 서구를 통해서 형성된 후 제국주의 일본을 거쳐 이식된 것이다. 그리고 해방 정국에서의 혼란과 전쟁을 겪으면서 제1공화국 정부와 군사정권이 내부 결속을 위해 국민적 단일성(homogenousness)을 정치적으로 내세웠던 배경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균질적이고 일원적인 민족 문화를 가진 것 같지만 역사를 반추하여 현재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반도 내에 단일 국가 개념이 확고해진 고려왕조 이후에도 외지로부터의 유입은 계속되었다. 이질적인 문화를 지닌 주민들이 한반도 내에 정착한 흔적은 사서 곳곳에 남아있다. 아라비아, 중앙아시아와의 교역에 대한 기록은 신라 때부터 조선초까지도 지속된다. 게다가 왕조 교체와 통일왕조 분열기에 중국에서 유민들이 유입되는 사례가 잦았다.

신라시대 때부터 이미 우리나라도 여러 유민들이 정착해 있었다. (8세기 황성동 동방무덤에서 발굴된 서역인상)

그러나 조선왕조(더 정확히 말하면 대한제국)가 망하고 일본에 의해 국권이 침탈된 후 사정은 달라진다. 문화통치를 거치며 일제는 조선인들을 제국 체제 하의 신민으로 흡수하기 위해 일본 중심의 단일민족 이데올로기인 이른바 '내선일체'를 내세운다. 해방 후 기치만 달라졌을 뿐 국민통합과 통제의 기제로서 민족적 단일성을 내세우는 현상은 제1공화국과 군사정권 치하에서 계속되었다. 우리 현대 한국인들이 (많은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선진국 다문화, 다민족적 교류와 상호작용에 아직까지 서투른 것은 이러한 현대사적 맥락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인, 흑인, 황인이라는 구분 자체도 사회 정치적인 맥락에 따라 변칙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의 베타적 단일 민족주의 현상은 일제 식민주의 사상을 지우기 위한 정치적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존의 민족적 단일성이라는 통념에 근거해서 근대적 다민족 국가의 전형이자 초패권 국가인 미국 인종주의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이른바 '개척'을 명분으로 내세운 유럽계 청교도들의 차별과 횡포가 만연했던 시대에, 차별과 배제, 심지어 인종청소와 학살의 대상이 되었던 아메리카 선주민들과 아프리카계 사이의 통혼이 종종 있었으며, 세월이 흘러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적 모순과 근대의 폭력이라는 복합적인 맥락도 이 두 집단 사이에 나타난다.

인디언 출신 베트남전 참전용사의 시위를 가로막은 백인 고등학생, 학생의 모자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갈등, 인종청소, 그리고 그로 인한 여파는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단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비극은 아메리카 원주민 집단 내부에서도 또 다른 모순과 폭력을 낳았다. 뜬금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발생한 비극도 상당 부분 이 여파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흑백 갈등이라는 표면적 갈등에 치중하느라 북미 대륙의 중요한 문화적 타자인 인디언들을 잊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 뿌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해쳐보기로 하자.


<지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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