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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 드라마 : 얼터드 카본] 아날로그 생명체와 디지털 생명체의 공존

문화 & 예술 이야기/인생 영화 소개

by Aaron martion lucas 2020. 1. 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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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에서는오래전부터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업계의 소식에 따르면 21세기 말에서 22세기 초면 인간의 두뇌를 100%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을 거라 단언하기도 했다. 인간의 신체를 총괄하는 두뇌의 디지털화. 이는 곧 ''라는 존재를 복사하는 기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육체에 국한되어 평생을 살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리에서 발을 떼고, 나를 디지털화한다는 건 정보가 훼손되지 않는 한 영생을 누리는 것과 다름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연, 죽음이란 단어가 삭제라는 단어로 변모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아무리 상상해도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또 이로 인한 사회적 이슈는 과연 무엇일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디지털화되어 또 다른 ''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디지털 정보를 우리는 인간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상상을 해본다면 가히 무섭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자신의 실체를 스스로 의심하는 꼴로 전락해, 삶의 회의에 사로 잡혀 생명을 무자비하게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여태껏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영혼'의 실체를 마음에 담아두고, 그것에 진실된 내가 있으리라 믿고 있는 우리에게는 나의 뇌를 완벽히 복사했다 해도 결국은 가짜. 디지털 가상체를 '진짜'는 물론이고 백보 양보하여 "그 또한 진짜'라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디지털 정보가 나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며 나아가 인권을 행사하고, 종국에는 우리의 육체와 다르지 않은 생체 그릇에 스스로를 담고 인간의 형상을 취한다면, 과연 그 모습을 보고도 우리는 가짜라 말할 수 있을까?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하는 <넷플릭스>에서 단독 방영하는 드라마 <얼터드카본>의 시대적 배경이 바로, 위에서 말한 미래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모든 인류가 이미 자신의 뇌를 디지털화하여 돈만 있다면 누구든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한 편 한 편이 1시간에 육박하는 분량임에도 시즌으로 나뉠 만큼 이야기 자체가 방대한 양을 자랑하지만, 주된 사건의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워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사건의 실마리를 쫓으며 결말로 향하는 타케시(조엘 킨나만)의 올곧은 눈동자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 모든 걸 아우르고 있는 시대의 배경은 모든 회차를 관통하며 우리에게 원초적 질문을 던진다.

이 드라마의 진정한 물음은 바로 그것이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움직이는 타케시의 여정이 주된 배경이지만, 그 안에는 디지털화된 인간들의 끊임없는 성찰도 함께하고 있었다. 모든 인류는 1세가 되면 척추 단면 정도 되는 사이즈의 <의식 저장소>라 불리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목뼈에 이식받는다. 그를 통해 1세 이후부터 모든 기억과 생체 능력, 감정까지 뇌만이 아니라 이 저장소에 고스란히 기록되는 것으로, 이 저장소가 훼손되지 않는 한 육체가 늙거나 병들거나, 외적인 요인에 의해 기능 정지가 돼도 다른 육체로 옮겨가 지속적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현시대의 스마트폰과 유심의 관계라 생각하면 쉽다. 유심만 있다면 스마트폰을 새로 바꾸더라도 기존 정보를 영위할 수 있고, 유심을 백업해둔다면 이 유심이 훼손되더라도 새로운 유심에 내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으니, 드라마 속 의식 저장소의 기능이 이와 동일하다.

돈만 있다면 의식을 백업까지 해둠으로써 기존 의식 저장소가 파괴되더라도 얼마든 지 부활할 수 있다. 육체는 그저 현대의 스마트폰처럼 소모성 물품을 일뿐, 인간들은 유심이 되어 끝없이 육체를 바꿔가며 살아간다. 죽고 싶다면 의식 저장소의 정보를 말소하거나, 의식 저장소 육체에 이식해 소생시키지 않고 방치하면 그만이다.

나는 얼터드카본이 말하는 이야기보다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대의 배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그 시대의 인간들은 거의 대부분이 디지털 생명체였다. 저장된 정보를 내려받으며 영원히 살아가는 존재들. 그러나 이런 존재들이 대부분이기에 이를 진짜다 가짜다 판가름하는 논쟁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누구도 그들을, 그들 자신 또한 인간이냐 아니냐를 의심하지 않는다.

글의 초반부에서 언급한 디지털 생명체를 두고 인간이나 아니냐를 말한 것 자체가 여기서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시대에 던져진 질문은 대체로 다수가 취한 모습에서 정답이 찾을 수 있었으므로, 이미 얼터드카본의 시대는 의식 저장소에 담긴 내가 진정한 ''였다. 그것이 곧 영혼이었고, 과학이 풀어낸 영혼의 실체였다.

언젠가 우리의 기술은 얼터드카본 속 세상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굉장히 근접한 모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모든 기억과 감정이 데이터화 되어 저장 및 이동이 가능해지면, 육체의 한계를 극복한 영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 미래의 우리 사회는 아마, 디지털 생명체와 아날로그 생명체가 공존하게 되겠지. 무엇이 진짜냐 가짜냐의 논쟁은 무의미한 채. 하지만, 마음 한 편에는 아날로그 생명체의 편에 서, 수명을 다해 죽는 삶을 택하고 싶다. 그런 세상 속의 진정한 축복은, 순리대로 살다 가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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