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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슈머가 시장을 좌우한다, 재출시를 불러온 ‘바이미(By-me) 신드롬’

국제 & 사회 이야기/트렌드 이슈

by Aaron martion lucas 2021. 1. 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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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팬덤이 기업의 경쟁력이 된 시대, 기업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적극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다. 이에 맞춰 소비자도 제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기업의 파트너 역할을 자처하며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로 급부상한 팬슈머(fansumer)들은 나에 의해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바이미(by-me)’ 신드롬을 일으키고, 그들의 뜨거운 목소리에 기업도 화답에 나서고 있다.

2004년 고객 투표를 통해 사실상 진짜 1위였던 파맛의 출시가 2020년 드디어 이루어졌다. 무려 16년만에!

20206, 농심켈로그에서 첵스 파맛을 출시하자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첵스 파맛의 발매 이야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심켈로그는 시리얼 첵스의 마케팅을 위해 첵스 초코나라 대통령 선거이벤트를 열고 더 많은 표를 얻은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1번 초코맛 체키기호 2번 파맛 차카가 출마했지만, 차카를 고약한 인상에 협박조의 말투를 쓰는 비호감 캐릭터로 만든 데다가 어린이들이 싫어하는 파맛까지 더해 자연스럽게 체키에 투표하도록 유도한 고객참여 이벤트였다.

농심은 의도적으로 '차카'를 비호감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투표결과를 조작해 기존 초코맛 첵스를 당선 시켜버렸다.

투표 초반에는 당연히 체키가 앞섰지만 이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지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듯하지만 사실상 답이 정해져 있는 마케팅에 마음이 상한 누리꾼들이 차카에 몰표를 주면서 차카의 당선이 유력해진 것이다. 대로라면 초코맛이 아니라 정말로 파맛 첵스를 출시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농심켈로그는 인터넷 투표 중 중복된 42,000표를 무효 처리하고 ARS와 현장투표를 추가해 초코맛 체키의 당선을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이 첵스 초코나라 대통령 선거 사건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시 회자되며 부정선거로 당선된 첵스 초코 대신 첵스 파맛을 출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에 농심켈로그는 무려 16년 만에 첵스 파맛 한정판을 전격 선보였다.

물론 맛은 없다, 그건 소비자도 기업도 알고 있었기에, 이런 광고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때 첵스 파맛의 광고 모델로 가수 태진아를 선정하고 그의 히트곡 미안 미안해를 개사하여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늦게 출시해서 미안합니다라는 사과 문구를 카피로 넣고, 과거 부정선거 논란을 거론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캡처해 홍보용 이미지에 넣는 등 자사의 흑역사를 유쾌하게 승화시켰다. 16년 전 과오를 씻고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여 진정한 팬슈머를 되찾기 위한 시도였다.

"자유 민주주의 만세", "생각보다 맛 괜찮아요", "전설로만 듣던 파맛 첵스" "시리얼 패키지 소장욕구 나네요"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과는 달리 폭발적이었다. 시식 후기가 SNS를 달구더니, 첵스 파맛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까지 쏟아졌다. 한정판 제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에서 소분 포장된 것을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물론 이게 결코 맛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농심 측에서도 파맛 첵스는 한정판으로 출시하였다. 하지만 적어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비로소 반영했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 시선과 생각지도 못한 조합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한정판 물량은 동이 나 버렸다.

갈비탕, 라면, 만둣국, 떡볶이까지... 기상천외했던 파맛 첵스의 소비자들, 않만들어줬으면 진짜 서운할 뻔 했다.

이처럼 농심 켈로그의 첵스 파맛 발매 에피소드는 브랜드 소비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 (1980년 대 초 ~ 2000년 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2020년 시장에는 이처럼 팬슈머들의 요청으로 재출시된 제품들이 줄을 이었다.

KFC 매장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었던 닭껍질 튀김, 이역시 소비자가 만든 결과이다.

2019년 초, 한 누리꾼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일부 KFC 매장에서만 판매되던 닭껍질 튀김을 한국에서도 맛보게 해 달라고 호소했는데, KFC는 한정 출시했다가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하자 정식 메뉴로 제품을 내놓았다. 닭껍질 튀김에 대한 소비들의 높은 관심은 편의점 등의 유사 상품 출시로 이어지기도 했다.

팔도 비빔면 액상 소스에서 모잘라 불닭볶음면 액상 소스도 히트를 치고 있다.

팔도 비빔면 액상소스도 팬슈머들의 요청으로 탄생된 제품이다. 2017년 만우절 이벤트로 ‘New 팔도 만능 비빔장 출시라는 소식을 올렸는데 이전부터 액상소스만 판매해 달라던 소비자들이 이를 격렬히 반겼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팔도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정식 제품으로 만들어 출시했고, 이후 비빔면 소스 뿐 아니라 또다른 히트제품인 불닭 소스 및 까르보 불닭 소스 등 다양한 맛으로 추가 출시될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바나나 우유 맞다. 세상이 변하듯 우유도 다양하게 변했을 뿐

빙그레는 스테디셀러인 바나나맛 우유를 활용해 한정판 제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8년 오디맛 우유 출시를 시작으로 귤맛, 리치피치맛, 바닐라맛, 호박고구마맛 우유를 선보였다. 제품이 나올 때마다 온라인상의 다양한 반응을 살펴보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바닐라맛 우유를 정규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처럼 팬슈머들은 제품에 대한 의견을 내는 수준을 넘어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바이미 (by-me)’ , ‘나에 의해브랜드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즐긴다. 이제 고객과 기업이 함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 내는 기업만이 장수하는 브랜드로 살아남을 것이다. 제품 출시 전에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이들의 요청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마케팅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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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문학적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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