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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뉴욕 여행기 1편] 이번엔 또 어쩌다 뉴욕 여행

생활 정보 이야기/해외 여행 일지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1. 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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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사실 이번에 방문할 계획이 없었다. 이미 이모와 , 대학교 2학년일 룸메이트와 , 번을 다녀왔기 때문에 크게 설렘이 이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어쩌다 시카고에 살고 계시는 조부모님께서 뉴욕에 계신 친구 분을 오랜만에 뵙고 싶다고 하고 나는 연로하신 조부모님 분이서 비행기를 타고 가시는 것도 불안한 마음과 마침 함께 여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뉴욕 여행에 동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애초 계획이었던 친구분께서 건강상의 문제로 출발 2 전에 나의 조부모님은 뉴욕 여행을 포기하시고 말았다. 하지만 나와 그리고 함께 이번 여행에 동행하기로 친구는 항공권 취소 행선지를 바꿔 재예매하는 값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우리는 돈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뉴욕을 마저 찾아나서기로 했다.

잠들지 않는 도시란 것을 보여주듯 뉴욕 지하철은 24시간 운행한다.

뉴욕에서의 첫날은 장장 15시간의 비행 끝에 저녁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다. 저예산 여행이 그렇듯, 비행기 좌석은 불편하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캐리어를 끌고 가는 길은 지친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유 , 뉴아크 공항에 내려서 거의 30분을 기다린 끝에 짐을 찾았다. 거기서 뉴저지 트랜짓(NJ Transit) 기차를 타고 맨해튼에서 뉴욕 지하철로 갈아탄 숙소까지 가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렸다. 몸이 늘어져 있었지만 여자 둘이 심야의 뉴욕 지하철을 타고있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이상 예전의 악명만큼 위험하진 않은 같지만, 조심해서 나쁠 없으니 말이다.

뉴욕 지하철은 24시간 운행하는데다 할렘가 역시 지나기 때문에 범죄율이 높다. 청결이나 서비스 역시도 한국 및 싱가폴 지하철에 비하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지만 현재는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역사를 리모델링 하는가 하면 치안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도 여행 초보자라면 뉴욕에서 지하철을 탈때 항상 조심할 것!

이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아날로그 감성의 종이 지도를 들고 다녀서 몰랐는데, 뉴욕 지하철은 신기하게도 역에서만 휴대폰이 터지고 역과 사이에서는 전화도 데이터도 불통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초행길이라 호텔까지 가고 있는지 역에 멈춰있는 동안 급하게 확인해야 했다. 불편할 같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이 여행에 두근대는 마음 같아서 사실 기분이 좋았다. 때로는 이런 디테일을 어설프게 계획하고 여행하는 것도 나름 매력있는 같다.

호텔은 막바지에 저렴하게 예약하는 바람에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깔끔하고 아늑해서 놀랐다. 후기에서 읽었던대로 방음이 안되어서 복도에 다니는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첫날부터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점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언제든 눕기만 하면 바로 곯아떨어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24살의 팔팔한 젊은이들이 뉴욕에서의 첫날밤을 잠으로 때워서야 되겠나. 우리는 체력을 끌어모아서 바로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비가 추적추적 떨어져서 일기예보를 보니 앞으로 뉴욕에 있는 3 내내 비가 조금씩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어떤가. 자고 먹고 다닐테니 감기에 걸릴 걱정은 없었다. 한국에서 우산을 챙겨왔음에도 불구하고 우산은 과감히 호텔에 두고 나왔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들으시면 무모하다고 야단치실 법하다. 젊어서 가능한 것일테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하기 힘든, 이런 다소 비이성적인 행동들이 여행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여행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경험에 눈뜨는 방법이랄까.

타임스퀘어에서 우리는 보슬보슬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그 유명한 할랄가이즈(Halal Guys) 샌드위치와 볼을 맛보았다. 한국에서 이태원에 있는 지점에 방문했을 때를 생각하면, 확실히 미국에서 먹는 원조와는 다르다. 역시 원조가 제일 맛있는 법인가보다. 둘이 합쳐 $13이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 반 정도를 남겼다. 남자들은 큰 사이즈 하나도 혼자서 다 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여자치고 알아주는 대식가인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떻게 한그릇을 다 먹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한끼이므로 뉴욕에 간다면 꼭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역시 타임스퀘어하면 휘황찬란한 전광판이다. 10시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화려하게 번쩍이는 불빛에 앞이 훤히 잘보이고, 가끔은 눈이 부시기까지했다. 서울도 참 정신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정신 없기로는 여기가 세계최고일 듯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로망이지만 나에게는 전 세계의 욕심을 농축시킨 한 방울 같은 이곳. 전광판들끼리도 경쟁을 하는지 서로서로 누가 더 강렬한가,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나 대결중인 것 같았다. 우물우물 할랄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 풍경을 보고 있자니 영화 <조커>에서 큰 울림을 줬던 찰리 채플린의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늦은시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잊은듯 엄청난 인파가 장관이다. 심지어 비까지 왔는데도 말이다.

타임스퀘어에 세번 오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치열한 광고들이 내 모습같다. 더 눈에 띄기 위해 깊은밤에도 번쩍번쩍 고군분투하는 저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짠하다. 멀리서는 그저 아름답고 화려한 뉴욕의 상징으로만 보였던것이 가까이에서 하나하나 살펴보니 저마다 타임스퀘어에 입성하기 위해 애쓴 광고업체들이 지새운 무수한 밤의 흔적이 엿보인다. 씁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노력중에 사람들이 기억해줄만한 대단한 결과물이 나오지는 못하더라도, 부지런히 애쓰다보면 아름다운 전체를 만드는 하나의 작은 전광판쯤은 될 수 있지 않을까? 경쟁의 정수인 이곳에서 경쟁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다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타임 스퀘어에 한층 정이 드는 순간이었다.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작가 : 반미국인 반한국인 "25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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