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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슈] 설리와 구하라 사건으로 보는 현대판 조커들(악플러)의 탄생

국제 & 사회 이야기/트렌드 이슈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1. 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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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슈 : 19.11.24 ~ 19.11.30]

그렇게 관심 받고 싶냐? 정신 차려 너 인기 없어

동공 봐라. 딱 약쟁이

넌 가슴이 없어서 선정적이지도 않다.

어그로 끌려고 태어난 년. 기승전 노브라 그냥 설꼭녀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누군가 이런 말들을 계속 한다면 당신은 어떨까요?

위 글들은 2019년 10월 14일 생을 마감한 설리(본명 : 최진리)를 향한 악플 내용들입니다.

2019년 10월 14일 25살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거둔 설리(최진리)

그녀는 연예인이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이자 또 그저 한명의 25살짜리 어린 여자였을 뿐입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평소 생각하는 생각을 대중에게 말을 했고 그것이 그녀가 사는 사회에서 다소 파격적이었을 수는 있으나 그녀의 행실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라는건 모두가 인정할 것입니다. 이렇듯 그저 그녀는 답답함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하나의 인격을 갖춘 인간이었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향한 비난과 모욕적인 말들은 그 도를 넘어 그녀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세상에서 따뜻한 말이 사라지고 모두가 당신에게 돌은 던진다면 당신은 어떻게될까요?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군가를 향해 돌을 던질 수도 아니 던져서도 안된다라는 것은 5살짜리 유치원생도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 수준일 것입니다. 그러나 악플러들은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아무 자책감없이 돌멩이를 던져댔고 결국 25살 소녀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자살 소식 이후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악플러들 사이에서 꿋꿋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걸 멈추지 않다보니 많은 트러블을 양산해 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개성이 뚜렷한 연예인이라는 인상을 대중에게 심어주었고 유명 TV 프로그램 "악플의 밤"에 출연하는 등 연예계 활동도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였기에 그녀의 웃음 속에 숨겨진 절망을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뒤에서야 세상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악플러들을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20년간 변하지 않고 고여 있습니다.

2019년 11월 24일 28살의 나이로 자살을 택한 故 구하라

애 얼굴만 보면 ET 생각나, 이상하게 생겼어

왜 쌍수 다시했음?

물고기 닮음, 포뇨?

- 생전 故 구하라에게 쏟아졋던 악플 내용들 -

설리의 자살 사건 이후 충격이 가시기도 전, 불과 1달만에 설리의 절친으로 알려졌던 구하라씨의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설리를 보내며 그녀는 설리의 몫까지 악착같이 살겠다고 다짐했기에 저 역시 처음엔 믿기지 않았아 그저 루머일거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사실이 되어 우릴 찾아왔고 그녀가 남긴 마지막 SNS 글 마저도 악플로 도배가 되어 있는걸 보며 정말 우리나라는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씁쓸함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1998년 대한민국에 초고속 인터넷이 도입되고 거의 모든 가정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IT 강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어느나라보다 빠르게 정보화 사회를 맞이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과 언론들은 이러한 기술의 발달에 따라가지 못하는 의식 수준을 갖춘건 아닌지 저는 의심스럽습니다. 1998년 부터 현재 2019년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 폭력으로 인해 숨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정다빈, 유나, 최진실, 안재환, 설리, 구하라 등) 뿐 아니라 우리 주변 사회에서 사이버 폭력은 "카카오톡 감옥" (여러명이 한명을 계속 초대해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욕설을 강제로 보게 하는 것) 등의 이름으로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체 무엇이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일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많은 매체들이 일명 "최진리 법"이라고 불리우는 "악플 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단순히 악플을 막거나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하여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이런 일편적인 수단으로 악플러들을 막을 수 있었다면 지난 20년간 이토록 대한민국 사회가 고여있지 않았을테니까요. 그 근본적인 문제에 이제는 다가가야 할때입니다.

얼굴없는 살인마 현대판 조커(악플러), 그들을 만들어내는 것들

1. 조회 수를 위해서라면 인권따위는 안중에 없는 관종 언론사들

설리사건 이후 거의 모든 언론사들은 이러한 기사를 다루며 우리나라에 만연한 악플 문화에 대해 마치 악플러들만이 사회를 좀 먹는 악의 근원인 것처럼 보도하며 강력한 대책의 필요성을 말하는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전문가적인 입장으로 현행 모욕죄와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적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국민일보와 세계일보는 악플 금지법의 빠른 입법을 촉구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밖에 어떤 언론은 이미 위헌판결이 난 인터넷 실명제의 부활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설리의 자살사건 이후 악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앞다투어 토로하고 있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그러나 과연 이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설리의 사망소식 이전 그녀의 SNS 계정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며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만한 사진에 대해 기사화하며 ‘사회적 논란’이라고 규정지어 악플러들에게 그녀를 먹잇감처럼 내던져 준건 다름 아닌 지금 이순간 악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떠드는 언론입니다. 누구보다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이러한 언론사가 자신들의 신뢰성을 담보로 해당 연예인의 행동에 대해 이건 충격적이야!라고 규정지으면 당연히 이슈가 될 수 밖에 없고 온갖 파리떼가 낄 수 밖에 없는걸 본인들 역시 알면서도 조회수를 위해 그들은 연예인이기 이전 한 사람의 인권과 사행활에 대한 존중은 무시해버리고 있었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설리의 SNS를 뒤치며 먹잇감을 찾아냈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로리타 논란’ 휩싸였던 설리, 또 논란
설리, ‘성민씨 호칭 논란’ 지적 팬 호소문에 ‘많이 억울했어?’
‘유적지 훼손’ 때 아닌 논란 휩싸인 설리
설리 ‘노브라 사진 SNS에 올리는 이유는…

- 중앙일보의 기사 -

설리 연인 최자…‘설리, 밤에 전화해서 ○해달라고 조른다’ - 조선일보의 기사 -

설리, 또 ‘노브라’ 논란…SNS 19금 도발 언제까지? - 세계일보의 기사 -

만취 SNS 방송 진행한 설리 ‘노브라? 시선강간이 더 싫어’ - 서울 신문의 기사 -

노브라 영상 올린 날… 또 논란된 설리 인스타 사진 - 국민일보의 기사-

조선일보가 올린 <설리 연인 최자…‘설리, 밤에 전화해서 ○해달라고 조른다’> 이 기사에서 ○은 사실 '랩'이었습니다. 연인끼리 저녁에 노래를 불러달라고 말하는 것을 조선일보는 악의적으로 편집하여 어그로를 끄는 낚시성 기사를 쓴 한심한 모습을 보였으며 국민일보의 기사 <노브라 영상 올린 날… 또 논란된 설리 인스타 사진>이라는 이름의 기사는 <노브라 영상 올린 날…>이라는 앞부분만 보이게 설리의 사진과 합성하여 썸네일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이런 악의적인 기사로 한 사람을 사회적 논란이라고 규정짓고 악플을 부추긴 언론사들이 지금 악플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악플러들을 만들었나요? 이러한 언론의 행태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주변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시간 날때마다 보고 있는 유튜브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10대와 20대 문화 중 하나인 유튜브만 보더라도 이러한 언론들의 이목끌기 방식이 어떻게 우리를 변화 시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악플 때문에 힘들어하는 연예인들에게 정신 차리라는 자칭 "설리 남자친구" 유튜버 영상
연예인들 잘들어, 니들 지금 연예인하는게 누구 때문이야? 팬들 때문이지? 팬들이 모야? 나를 좋아하고 나를 보고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인거 아냐. 근데 팬들한테 나 악플 때문에 힘들어 괴로워 짜증나 이런모습 보이면 팬들이 좋아할까? 정신차려 <중략, 개소리라서> 팬들한테 좋은모습 보여주고, 팬미팅도 해주고, 소통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팬들이 좋아하고 더더욱 돈을 쓸꺼아냐 근데 악플 때문에 힘들어 죽고싶어 이러면 좋아할꺼 같냐고! 정신교육 x나게 안되있네 연예인들? <이 다음부턴 개소리라 여기까지>

히틀러의 자서전을 추천도서로 올리거나, 위안부 할머니들은 ㅊㄴ이라는 영상을 올린 이 유튜버는(사실 영상에 들어가보면 천년 동안 살아계시라고 말하는 영상이지만 제목 수준 참..)  현재 소송에 걸려있으며 자신이 설리 전 남자친구라고 말했던 영상은 삭제되었습니다. 그는 단 600명에 불과한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입니다. 충분히 한 사건의 이슈에 탑승해 인기몰이를 하고 싶었다는 것도 알겠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애환에 대한 국민 정서를 긁어내 자신의 조회수를 올리고 싶어한것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는그것이 잘못된 일이란 걸 모를 것입니다.

왜냐면, 공신력 있는 언론사들도 모두 그렇게 해오고 있으니까...

이미 10대, 20대들 많은 스트리머들이 이러한 언론의 방식을 그대로 학습해 영상을 올리고 있으며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다른 젊은 청년과 학생들은 또 어떤것을 배우게 될지 저는 안타깝습니다.

2. 사회적 혐오라는 전염병

사회적 통합이란? 사회적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것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통합이란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교육 수준이 높아질 수록 올라간다고 많은 학자들이 말을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교육열이 그렇게 높고 경제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고 있음에도 사회적 통합지수 만큼은 OECD 최하위 국가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5년 자료지만 2019년 기준 25년간 최하위권을 기록중이다.

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럿고 왜 진보가 없이 제자리 걸음만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많은 사회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용이란 경제수준과 교육의 수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박탈감과 열등감이 해결되지 못한 채 높아질 수록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관용 수준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사회를 살아가면서 기분 나쁜 일들을 많이 겪을 수록 상대를 혐오하는 혐오감이 높아지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식으로 발전하기 보다는 자신의 혐오감을 다른 이에게 고스란히 되갚아 주는것으로 표출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혐오가 높아진 사람에게 혐오를 당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또다시 혐오하고 그 사람은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감으로써 사회적 혐오는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본다면 가난한 후진국에 사는 국민이 돈이 없다하여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며 남들과 비교당하며 컸다고 스스로 불쌍하다고 여기는 것도 아니고 한부모 가정에서 컷다고 자신의 인생이 망했다 좌절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 일상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혐오에 대한 경험들로 인해 자신 안에 쌓여가는 혐오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을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여기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자 쌓여진 혐오를 분출하기 위해 새로운 희생자를 찾고 남의 말을 듣지도 경청 하지도 않은 채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들 중에는 우리가 손가락질 하는 범죄자들 역시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악플러를 통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할 때

하루 종일 일하느라 죽겠고

취업준비에 막막하고

처자식 부양이 힘들고

지금 내가 세상 제일 죽을만큼 힘들어서

우린 이와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을 보살필 여력이 사실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혐오에 빠진 이들을 내 인생에서 도태시키고 멀리하며 나의 인생을 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가까이 하면 나 자신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혐오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 뻔하니까요. 무엇보다도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10대 20대들은 반드시 그것들로부터 지켜내야 합니다. 

악플러라는 것은 수많은 혐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혐오에 혐오로만 대응하는 것은 결국 나도 혐오 바이러스에 전염된 것을 의미합니다. 즉, 냉정하게 말해 그들을 무시하고 나대로 살아갈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치료약이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격리 조치를 실시하고 치료약이 개발되거나 전염병이 사라질때까지 기다릴수 밖에 없습니다. 혐오라는 전염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무책임한 일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혐오 바이러스는 앞서 말한대로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이해 관계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과 언론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무엇이 진실인지 알고 있음에도 대중들에게 거짓된 것을 보여주고 현혹하며 자신들이 악플러를 만들어 놓고 이제는 악플러를 퇴치하자고 앞장서 말하고 있는 언론들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교묘하게 대의 명분 뒤에 숨긴채 국민들이 결코 혐오 바이러스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이러한 혐오 바이러스에서 도망쳐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정말 사실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의 많은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그것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헤쳐먹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악플러가 아닌 대한민국의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자 故 설리씨와 구하라씨가 더 나은 곳에서 이제 자신을 억누르던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에디터 : Aa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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