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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고양이 특유의 도도함 대신 친근한 고양이들을 흔히 "개냥이"라는 표현을 쓴다. 강아지만큼이나 애정 표현이 많은 고양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나는 이 "개냥이"라는 단어가 참 아쉬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개는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인간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인간과 소통하기 쉽도록 진화해왔다. 그에 비해 고양이는 그러한 역사가 짧다. 그러다보니 고양이의 언어는 인간에게 잘 통하지 않는다. 서로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하면 딱 맞는 말일 것이다.
사실 당신의 생각보다, 고양이는 말이 많다. 단지 소리로 모든 걸 말하지 않기에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뿐이다.
우선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귀, 눈, 꼬리, 몸 동작들을 관찰해야 한다. 거기에 몇몇 경우는 소리가 더해진다. 고양이의 동작이 큰 편은 아니지만 함께 부대끼며 지내다 보면 생각보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우선, 이름을 부르는 것부터 해볼까? 고양이의 귀가 특정한 방향으로 향해 있다면 거기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내가 우리집 고양이 구루를 부르면, 대번 고개는 돌리지 않고 귀만 쫑긋 내 쪽으로 움직인다. 그 다음 꼬리를 살살 흔든다. 이것은 ‘듣고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 상태의 고양이는 당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으면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그 다음은 함께 앉아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앉아있고, 팔을 뻗으면 닿을 자리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면 이것은 그 고양이가 당신을 믿고 좋아한다는 의미다. 이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상당한 믿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인데 그걸 몰라주는 집사가 많은 듯하다. 이 때 괜히 뱃살 같은 민감한 부위를 만지작거리다가 퇴짜를 맞는 일은 없도록 하자. 고양이님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다. 불편한 행동을 하는 순간 휙 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가 당신을 보고 기쁘다면, 박치기를 해올 것이다. 구루는 주로 ‘까까’라든지 ‘맘마’ 같은 단어를 들으면 신나게 박치기를 해온다.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정말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또 꼬리를 높게 들고 꼬리 끝을 앞으로 꺾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 상태에서 꼬리 끝을 파르르 떤다면 지금 고양이님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다고 해석하면 되겠다.
반대로 꼬리를 밑으로 축 늘어뜨린 상태에서 양 옆으로 살살 흔들면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심심할 때도 자주 이런 행동을 하며 무언가를 관찰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 수염까지 앞으로 솟아있다면 정말 흥미진진하다는 의미다. 특히 사냥놀이를 함께 할 때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있다. 여기에 집중을 하면 눈동자가 매우 커진다.
이 모습이 귀여워 열심히 한 손으로는 낚싯대를 흔들면서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집사가, 세상에 나만 있는 것 아니겠지?
만약에 꼬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상태에서 세게 팡팡 바닥을 친다면 조금 귀찮고 짜증난다는 의미다. 구루는 이름을 계속 부르기만 하고 간식을 주지 않으면 이런 행동을 보이고는 한다. 그리고 몸을 활처럼 둥글게 휘게 한 다음 꼬리를 부풀리고 아래로 늘어뜨린다면 매우 놀란 상태다. 여기에 깜짝 놀라면 제자리 점프를 하기도 한다. 거기에 ‘나 사실 안 무섭다!나 무서운 고양이다!’하고 가볍게 협박(?)할 때는 꼬리를 잔뜩 부풀리고 옆으로 점프하기도 한다.
정말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몸을 움츠리고 특유의 하악-하는 소리를 낸다. 이를 집사들은 "하악질"이라고 부른다.이것은 나를 내버려두라거나, 상대를 향해 저리가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매우 겁을 먹어서 어쩔 줄 모를 때도 하악질을 하는데, 이 때는 몸의 방향으로 공포감과 위협 중에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 가늠할 수 있다. 정말 무서우면 오줌을 지리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정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그 외에 엉덩이를 집사의 얼굴에 들이미는 행동을 하는 고양이들도 있다. 원래 고양이끼리는 엉덩이 냄새로 건강과 안부를 확인한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인 것일까? 이 행동은 정말 신뢰하는 단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집사 입장에서는 사실 좀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구루는 내 얼굴을 깔아뭉게면서 엉덩이 냄새를 맡게 해줬다.
너가 건강하다는 것은 이제 알겠으니까 그것만은 그만 해주면 안될까...
<LUCAS MAGAZINE WRITER - 아름답고 자유로운 작가가 있는 곳>
작가 : "구루 집사"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guruis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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