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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 원더] 헬멧 속에 숨어 버린 장애 아동이 세상 밖으로 나오며 남긴 교훈

문화 & 예술 이야기/인생 영화 소개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0.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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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렸다. 우연히 고개를 돌려 계단을 봤는데, 가슴이 쿵했다. 다들 에스컬레이터를 편하게 올라가는 동안 시각장애인은 긴 계단을 어렵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계단을 오르는 것도 누구는 편하고, 누구는 불편할 수 있듯 세상은 불공평했다. 우리 모두는 그 불편한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얼마나 불편한지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익숙하지 않아서 혹은 관심 없어서 모르는 사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은 것 같다. 기적이라는 숨은 의미를 지닌 이번 영화 <원더>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익숙해지도록 하며 편견을 깨도록 돕고 있다.

어거 헬멧

영화의 주인공 "어기 풀먼"(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안면기형 장애로 27번 성형수술을 했다. 수술하면서 보통 사람과 얼굴이 다르다는 이유로 헬맷을 쓰며 그 안에서 살고 있다. 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통 우주처럼 꾸며져 있다. 우리가 흔히 우주에서 살고 있는 외계인은 사람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처럼 어기에게 우주란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이런 어기는 엄마에게 홈스쿨링을 받고 있지만, 언제까지 집에서 교육을 받을 순 없다. 어기가 감당해야 할 사회의 시선이 혹독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결국 부모님은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속 감추며 안고 있으면 세상에 나왔을 때 오히려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기는 부모님의 결정이 설레기보다 두려웠다. 자기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서운 것이다.

어거 등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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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가 있고 싶은 장소를 그려봐

입학하기 전에 교장 선생님은 어기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생 3명을 불렀다. 학교 전체를 둘러보면서 친해질 시간을 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던 친구와 다른 어기의 얼굴에 3명은 약간 흠칫했다. 약자임을 확인이라도 한 듯 어기에게 얼굴은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묻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 3명을 통해 앞으로 어기가 감당해야 할 사회를 짧게 보여준 듯했다.

어기는 이를 시작으로 입학할 때 모든 아이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런 시선을 피하기 위해 엄마가 말한 대로 있고 싶은 장소를 상상했다. 자신을 환호하고 박수받는 상상.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현재의 기분을 좋게 해주진 않는다. 생각대로 아이들은 괴물 같다며 어기를 괴롭혔다. 왜 괴롭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을까? 그러다 어기는 잭에게 시험지 답안을 알려주면서 친해진다. 처음으로 친한 친구가 생긴 어기는 세상이 날아갈 듯이 좋아했다.

영화 원더 할로윈

어기는 할로윈을 좋아한다. 매일 땅을 보고 걸었다면 이날만큼은 분장을 통해 당당하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날에 어기는 친구 "잭 월"(노아 주프)에게 상처되는 말을 듣게 된다. 어기는 한순간에 온 세상을 가진 듯이 기뻤다가 온 세상을 잃은 듯 슬픈 기억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잭에게도 사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비록 교장선생님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어기를 알게 되었지만, 같이 놀면서 어기가 유머 있고, 함께 있을 때 즐겁다는 걸 안다. 진짜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이 모든 걸 알지만 아직 잭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 허세를 부리고 싶어 어기에게 상처되는 말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나이 때라는 것을 우리 모두 공감하면서도 이 장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어거의 누나 비아 풀먼
어기의 누나 "비아 풀먼" 착한 누나 역할로 미소가 참 착하다

영화는 어기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지만, 어기의 누나 또는 친구 잭의 관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편견 가득한 세상에 놓은 어기를 항상 걱정하는 부모님까지. 우리는 장애를 가진 어기를 중심으로 여러 각도의 시선으로 보면서 각 캐릭터는 각자가 가진 우리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어기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님은 어기에게만 신경 쓴다. 어기의 장애는 유전자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누나 "비아 풀먼"(이자벨라 비도빅)에게도 생길 수 있었던 장애였다. 그렇기에 어기가 가진 장애에 대해 마음속 한편에 미안함이 있는 인물로 어기가 자신의 장애로 힘들어할 때마다 그의 누나는 어기가 가진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특권을 누릴 필요가 없는 그저 평범한 것임을 어기에게 알려준다. 생각해보면 어기의 가족들 때문에 어기가 사회에 조금씩 적응을 잘 해내가지 않았나 싶다. 유머러스한 아빠와 착한 누나, 든든한 지원군 엄마까지. 실제는 이렇게 완벽한 가족이 많지 않아서 영화 보는 동안 조금 씁쓸했지만, 그래도 어기가 모든 과정을 극복해가고, 영화 후반부 학교에서 제일 인기 많은 학생이 되었을 때 흐뭇하게 봤다.

어거의 친구

옳은 것과 친절한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고르세요.”

영화에서는 친절함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계속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옳은 것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상처일 수 있다. 친절을 선택하여 옆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영화에서 주로 말하는 이것이다.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생김새가 달라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냥 보기만 하면 익숙해진다. 때문에 어기가 말한 것처럼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영화 어거 친절에 대하여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어기를 괴롭히는 사람이지만, 그런 사회 속에도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온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어기는 그 마저 교장선생님이 시킨 것처럼 느꼈다. 어기에겐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다. 처음부터 사회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했고, 예상대로 사회는 혹독했다. 친구가 생기면서 사회의 따뜻함을 알았지만, 곧 상처 받았다. 상처 받았던 흔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의 문을 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도 사회를 겪으면서 알고 있듯이 사람에게 상처 받아도 결국 다시 사람에게 치유받는다. 어기에게 필요한 건 친구라는 이름의 사람이다.

편견이 있었던 것을 한 번에 떨쳐버리기란 어렵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가지면서 우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조금은 어색한 편견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영화 <원더>는 편견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시선 속에서 어기로 하여금 내 입장을 생각하면서 마침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관람객까지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 어거 포스터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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