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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 미성년] 무책임한 어른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미성년

문화 & 예술 이야기/인생 영화 소개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0. 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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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1987, 추격자 등 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를 인정받은 김윤석은 2018년 개봉 영화 <미성년>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미성년>을 본 관객들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결말이 뻔하지 않아서 좋다", "데뷔작임에도 기발하고 신선하다" 등 긍정적인 관람평을 남겼다. 나 역시 많은 기자와 감독의 칭찬대로 탄탄한 스토리와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의 김윤석 배우 및 4명의 배우 연기력에 감탄하며 관람했다. 불륜을 해결하고자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영화는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보여주면서 각 인물의 심리를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영화에서 관객과의 호흡은 빠질 수 없다. 인물의 배경 및 성격, 문제, 해결 과정, 결말로 영화는 이를 보여주는데 이 중에서 하나라도 삐그덕 거리면 영화의 흐름이 끊기고, 그렇게 되면 영화 속 인물과 상황에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관객이 주인공에 몰입하여 같이 긴장하고, 안도하고 때론 슬퍼하고, 화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호흡의 시작인 영화 초입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영화의 첫 인상이자, 관객이 영화 속에 매료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원(김윤석)은 영주(염정아) 몰래 미희(김소진)와 바람을 피웠다.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딸 주리(김혜준)는 미희네 가게를 찾아가 창문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주리는 도망가려 했고, 발이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졌다. 그때 주리와 불륜녀 미희의 딸 윤아(박세진)가 만난다. 서로 아는 척은 하지 않았지만, 그 상황을 아는 듯 보이고 분위기 또한 살벌해 보인다. 인물의 배경을 설명하기보다 이미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영화가 시작됐다. 덕분에 금방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고, 꽤나 현실적인 캐릭터들에 감정 이입하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 <미성년>에는 가족 사이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에 크게 두가지 종류의 갈등이 발생한다. 각 인물들의 갈등 상황은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바에 관객을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1. 주리와 윤아의 갈등

영화 속에서는 대원이 일으킨 사건의 당사자 그의 아내 영주와 불륜녀 미희간의 갈등 외에 새로운 갈등 구도가 펼쳐진다. 바로 대원이 바람피우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조용히 해결하자는 주리와 그러기 싫다는 윤아의 대립이다. 주리와 윤아의 대립도 각자의 엄마를 지키기 위함이다. 주리와 윤아가 대화할 때 영주에게 전화가 왔고, 윤아는 그 전화를 받아 대원이 바람 피웠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달라서 이 둘에게도 갈등이 생겼다. 대원의 바람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이 두명이 어른을 대신해 또다른 시선에서 대립 구도를 펼치고, 영화는 함축적인 영화의 의미를 이 둘의 관계에 투영시킨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속에서도 주리와 윤아는 문제를 해결하려 앞장선다. 특히 너무 일찍 태어난 못난이(아이)의 발을 만지며 "힘내"라는 말에 울컥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못난이와 어른들을 대신해 이 일을 책임지고 싸워야 하는 모든 일들을 겪을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미성숙한 나이이지만, 함께 못난이를 지키고,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모습에서 어른스러움을 볼 수 있었다. 각자의 엄마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주리와 윤아는 서로에게 화낼 수밖에 없으면서도, 같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격려도 서로 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다.

2. 영주와 미희의 갈등

영주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이고, 외로워 보였다. 주리에게 도시락을 주기 위해 신발도 신지 않은 모습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이나 차오르는 답답함에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충격을 받은 듯 하지만, 그녀는 대원의 택시비를 내주고, 병원에 데리고 가기도 했다.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답답함을 풀어내는 건 많이 봤지만, 그 화를 속으로 삼키는 영화 속 인물은 처음이라 영주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머리채를 잡아도 모자랄 판에 미희를 찾아가 살아가는 모습을 살짝 보고 마는 정도로 차분했으니까) 물론 미희와의 대화 도중 영주는 미희를 살짝 밀쳤고, 그로 인해 임신 중이었던 미희는 출산시기보다 훨씬 이르게 아이를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영주에게 없지만, 영주는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껴 미희에게 죽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미안하지 않은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공존하는 복잡 미묘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대원과 미희의 바람은 물론 잘못된 관계란 것을 관객은 모두 알고 있지만, 미희의 상황을 알고 나면 욕하기 어렵다. 남자를 잘못 만나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또다시 버림받을까 봐 오히려 상처 주는 쪽을 선택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불륜으로 미래 자신에게 일어날 일도 예측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 사랑받고 싶어 했다. 대원이 진짜 자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병원에 찾아오지 않는 대원과 기다렸던 아이가 곧 세상을 떠날 것을 알기 때문에 얼굴조차 보지 않으려 하는 미희를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쓰라리다. 그래도 미희는 대원에게 화내지 않는다. 마치 그것이 자신에게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녀를 볼 수밖에 없었다.

배우 김윤석은 기존에 맡았던 역할과 다르게 찌질한 역으로 나온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딸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를 만든 주 인물이지만, 그의 아내인 영주와 대립관계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큰이유는 정작 이 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선택을 하기 떄문이다. 그 덕분에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나선다.


영화 <미성년> 속에는 실제로 해결해야 할 사람은 가만히 있고,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못난이를 지키거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히려 미성숙한 건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이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어른들의 미성숙한 대처를 욕하고 있지만, 나라면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보면 나 역시 아직 미숙한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불륜이란 소재를 가지고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고, 책임과 회피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 제목 <미성년>이란 단어는 비단 성인의 나이를 갖추지 못한 이를 나타내는 말이 아닌, 몸만 커버린 미성숙한 어른들을 포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어른이 된 것일까?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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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답할때 속을 편하게 해주는 매실처럼 마음 따뜻한 글을 쓰는 "매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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