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명작 영화 : 굿월 헌팅] 내 마음을 알아가는 긴 여정

문화 & 예술 이야기/인생 영화 소개

by Aaron martion lucas 2019. 9. 3. 12:31

본문

사람은 복잡하고 모순된 존재다. 마음속에는 상충하는 욕망과 충동이 공존하고, 갈등을 빚는다. 한 사람의 현재는 과거의 무수한 경험들이 쌓여 만들어지고, 그래서 행동에는 더욱 단순하게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인 기제가 깔려 있다과거의 어떤 기억으로 꼬여 버린 마음. 그 이유를, 그 마음을 나도 모른다.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더 알기 어렵다.

자신의 장점도, 단점도,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너 자신을 잘 알라고 한 성현의 말은 어쩌면 평생에 걸친 과업일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우수한 두뇌와 재능을 자랑하는 천재 또한 그 점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영화 <굿윌 헌팅>이다.

수학에 비상한 재능을 가진 주인공 윌(맷 데이먼)은 MIT공대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친구들과 할 일 없이 동네를 쏘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필즈상을 수상한 MIT의 랭보 교수가 학생들에게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고, 윌은 복도에 적혀있던 그 문제를 푼다. 문제를 푼 것이 윌이라는 것을 깨달은 랭보 교수는 마침 폭력 사건으로 수감될 위기에 처한 윌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의 보증으로 윌을 감옥에서 나올 수 있게 하는 대신, 함께 수학 공부를 하며 정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라는 권유였다.

상담 얘기에 코웃음을 쳤던 윌은 랭보 교수가 만나게 한 상담가들을 대놓고 조롱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지막으로 만난 랭보 교수의 옛 친구, 숀(로빈 윌리엄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윌의 내면을 정확히 간파한다. 여태 그랬던 것처럼 숀을 특유의 장광설(長廣舌 : 쓸데 없이 장황한 말)로 주무르려고 했던 윌에게, 숀은 너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전쟁에 관해 묻는다면 셰익스피어의 명언을 인용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절대 모를 거야. 전우가 도움의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게 어떤 것일지.

윌은 타고난 수학적 재능 외에도 엄청난 기억력과 독서력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모두 간접체험이다. 현장에서 생생한 감동, 공포, 사랑의 기쁨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숀이 바라본 윌은 세상만사를 다 알고 있다는 오만한 태도 뒤에 숨은, 겁에 질린 어린애에 가깝다. 자신의 지식과 말재주로 상대방을 무력화하곤 하는 윌조차도 숀의 그 말을 차마 반박하지 못한다.

숀과의 상담을 시작하면서 윌은 우연히 만난 하버드 학생 스카일라와 만남을 이어간다. 자신과 잘 통하는 스카일라와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느끼지만, 그녀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한다. 가족들에 대해 물어보는 스카일라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려주기 싫어 거짓말을 꾸며내기도 한다.

윌에게는 자신이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감각이 있다. 양아버지들에게 학대받고 여러 번 파양 당한 경험이 있기에 관계에 대한 불안이 큰 것이다. 그래서 버림받기 전에, 상처받기 전에 항상 먼저 도망간다. 학업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나야 하는 스카일라가 윌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하자, 윌의 불안감이 자극된다. 스카일라에게 내게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발견하면 어떻게 할것이며, ‘부유하고 똑똑한 너에게 나는 그저 데리고 노는 상대에 불과하지 않냐고 모진 소리를 한다. 결국 스카일라는 떠나고, 윌은 또다시 혼자가 된다.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외면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현 상태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회피하는 윌. 숀은 윌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랭보 교수의 강압적인 자세에 반대 각을 세우면서, 윌이 자신의 마음을 대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혼의 짝이 있냐고 묻는 숀에게 윌은 셰익스피어, 니체, 프로이트 등 이미 세상을 떠난 대문호와 학자들의 이름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윌의 마음을 간파한 숀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평생 그런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조언한다.

직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윌은 랭보 교수가 제안한 회사의 면접에 보란 듯이 친구를 보내고, 숀 앞에서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의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 장황하게 얘기한다. 사람을 죽게 하는 직업을 갖느니 차라리 목동이 되고 싶다, 벽돌공과 청소부 또한 고귀한 직업이 아니냐고 항변한다. 숀은 굳이 세계 최고 대학인 MIT에서 청소부 일을 한 윌의 행동을 지적한다.

학대의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온 윌에게 자신을 직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숀은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며 그를 안아주고, 윌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다. 숀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자 상처와 방어기제의 악순환에서 자신을 해방시킨 변화의 눈물이었다. 이후 회사의 면접에 합격해 출근을 앞두고 있던 윌은 친구들이 선물해준 차를 타고 스카일라를 만나러 먼 길을 떠난다.

윌은 스카일라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부합하며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가 싫었던 것도 아니다. 그의 도전을 막았던 것은 정작 그 자신이었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반대, 경제상황 등 주변 장애물만이 우리의 꿈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윌의 이야기처럼 때로는 우리의 마음이 감옥이 되곤 한다. 인생에 한 번이라도, 숀처럼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이유다.

낡디 낡은 차를 타고 캘리포니아까지 가는 길은 윌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목적지까지 쭉 달릴 것이다.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담을 넘었고,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었기 때문에.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