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냥이 이야기] 고양이도 외롭다, 마치 당신 처럼.

생활 정보 이야기/반려 동물 정보

by Aaron martion lucas 2019. 8. 28. 16:40

본문

고양이가 도도하다는 말은 이미 많이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흔히 생각하는 고양이의 이미지는 다소 우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며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런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도 잘 지낼 거라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거라고 여기기도 한다그렇지만 정말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을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같이 살을 부대끼며 살아보니 그들은 외롭지 않은 도도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기만의 방을 꼭 가지고 싶은 꼬마아이다. 마치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우리집 고양이 구루와 나는 함께 온종일 집에서 지낸다글을 써서 벌어먹고 사는 나는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다 그러면 구루는 낮에는 주로 내 손이 닿지 않는 캣폴 꼭대기 하우스에 누워 잠을 청하거나 내 책상 옆자리 창가에 엎드려 바깥 구경을 한다이때 만지면 굉장히 귀찮아 하니까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그러면 이걸 외로움을 타지 않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걸까아니다그저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뿐이다점심 무렵이 되면 나에게 다가와 애옹애옹 밥을 달라고 애교를 부리고밤이 되면 심심하다며 키보드 옆에 누워 그릉그릉거린다낚시대 놀이가 같이 하고 싶으면 장난감을 담아둔 바구니 앞으로 가서 무언의 시위를 벌인다

이때 건드리면 굉장히 귀찮아 한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이처럼 사람과 함께 사는 것과 참 비슷하다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있고 싶은 가족이지만그래도 내 공간과 내 시간이 필요한, 우리들의 삶의 모습처럼 그런 것이다

우리는 모두 혼자가 되려는 게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조금 요구하는 거다.

다만 고양이인 구루가 생각하는 개인적인 것과 인간인 내가 생각하는 개인적인 것은 많이 다르다구루는 밥 먹을 때는 혼자가 좋지만 화장실을 갈 때는 함께 있고 싶고잘 때는 옆에서 서로가 보이는 위치에서 자야 하지만 살이 닿는 것은 싫어한다놀 때는 꼭 같이 놀고 싶고 가끔은 이유없이 쓰담쓰담을 받고 싶어 떼를 쓰듯 키보드 위에 앉아 버리기도 한다반면 나는 밥 먹을 때는 함께하고 싶지만 화장실은 혼자 가고 싶고잘 때는 살이 닿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며 노는 것도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한다하지만 가끔 이유 없는 스킨십을 추구하는 건 구루나 나나 똑같은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둘은 자주 엇갈린다밥을 먹다가 구루가 애애오옹~ 하고 큰 소리로 불러서 가보면 자기가 대변을 누는데 망을 보라고 부른 거라서 조금 밥맛이 떨어진다던가아니면 내가 화장실에 가서 문을 닫으면 구루가 밖에서 문 좀 열라고 두드리며 냥냥거린다던가안기는 것은 죽어도 싫어하면서 얼굴을 만져주는 건 좋아라하는 구루를 보면 고양이란 자기의사가 참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화장실 만은 혼자 가고 싶은데, 그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언제인가 내가 하루 정도 집을 비웠던 적이 있다나는 온종일 밖에서 구루를 생각했다잘 있을까별일 있는건 아니닐까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먹고 자는 녀석인데 괜찮겠지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물론 하루 이틀 혼자 있는다고 고양이가 죽지는 않는다엄연히 혼자서도 잘 먹고잘 싸고잘 돌아다닌다하지만 그렇다고 괜찮을거라 착각해서는 안된다. 고양이도 외롭다. 게다가 다른 고양이도 없이 외동묘인 구루는 내가 없는 하룻동안 상당히 심심하고 적적했던 모양이다집에 돌아갔을 때, 계단을 오르는 내 발소리를 들은 구루는 밖에까지 희미하게 들릴 정도로 아주 큰 소리로 울었다그렇게 우는 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냥냥거리며 얼굴을 내 다리에 비비더니 곧 배를 드러내고 털썩 누웠다평소에는 배를 만지면 싫어하는 녀석이 그때는 잠시나마 배를 만지는 것을 참아주었다그만큼 보고싶었다는 뜻이다.

이봐! 집사!! 오늘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해도 조금 참아 줄게.

고양이는 그렇게 반가움을 표현한다외롭지 않았다면반가울 이유도 없었겠지 사람도 고양이도, 너무 외로우면 어느정도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상대에게 적극적이 되는 것 같다프라이버시의 영역을 좁힌다고 해야 할까?

도도해 보이는 당신의 고양이도 사실, 당신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있다.

구루도 그렇지만 대부분 고양이를 보면 평소에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집사는 때때로 놀아주고 밥을 가져다주는정말 말 그대로 상전을 받드는 형태와 비슷하다. 그리고 개에 비해 애정 표현이 덜한 것처럼 보여서 그런지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흔히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지낼 거라고 착각한다. (사실은 고양이의 애정표현을 해석할 줄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아무리 자기만의 공간자기만의 시간이 중요한 고양이더라도 계속 혼자 있게 되면 외롭다함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비로소 자기만의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계속 혼자 있는 존재에게 프라이버시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다고양이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다만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뿐이다

계속 혼자 있는 고양이는 외롭다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고양이는 외롭다.
외로움을 타지 않는 것이 아니라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부대끼는 게 싫은 게 아니라쉴 수 있는 내 방이 필요한 것.
까칠한 게 아니라좋아하는 것이 조금 다른 것.

고양이라는 룸메이트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이걸 꼭 알아야 한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탄다. 하지만 자기만의 방은 필요하다, 당신과 내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LUCAS MAGAZINE WRITER - 아름답고 자유로운 작가가 있는 곳>
작가 : "구루 집사"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guruiscute/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