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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이야기] 고양이들의 달콤한 인사, 고양이 키스

생활 정보 이야기/반려 동물 정보

by Aaron martion lucas 2019. 8. 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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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참 매력적인 존재다.

액체처럼 유연하고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에 큰 눈과 보들보들한 솜방망이를 가진 외계 생명체, 아무리 생각해도 먼 별에서부터 이 지구를 귀여움으로 정복하기 위해 찾아온 그런 종족 같다.

우리 집을 정복하러온 고양이 "구루"

나의 집에도 그렇게 찾아온 고양이가 있다.

신사처럼 멋지게 차려입은 듯한 한국 고양이, 가슴팍의 하얀 셔츠와 멋진 흰 장갑이 인상적인 검정 고양이 "구루"가 그 주인공이다.  

"구루"는 어느 날 우연히 나의 세상에 찾아왔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10평짜리 빌라에서 시작된 우리의 동거..

앞으로 가끔씩, 이렇게 내가 구루와 살며 느끼고 알게 된 것들에 대해 가볍게 써보려고 한다. 

 “당신은 고양이와 키스해본 적이 있는가?”

고양이 키스.

고양이와 동거하지 않는 이들에겐 다소 낯선 단어다. 고양이들의 키스는 인간의 것처럼 눈에 띄는 행위가 아니다. 고양이는 대체로 아주 작은 동작만으로 반가움, 사랑, 즐거움을 표현한다. 어찌 보면 그런 점이 고양이란 동물에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드는 매력 같다. 시크한 표정으로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따뜻함을 잘 아는 생물.

오늘은 그 귀여운 키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실 키스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키스를 할때도 여러가지를 고려해주어야 하듯 고양이와의 키스도 몸을 낮추고, 눈을 마주친 다음,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다가가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고양이는 상당히 새침하니까...

사실 고양이 키스는 입으로 하는 키스가 아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몸을 낮추고, 눈을 마주친 다음,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이게 끝이다!

일명 "눈 키스" 고양이와의 키스는 이렇게 새침하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가벼운 키스로 인사를 나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눈 깜빡임, 집사들이 흔히 ‘눈 맞춤’이나 ‘눈 키스’라고 부르는 그 달콤한 행위는 ‘우리 친하게 지내요.’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아담한 생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사소한 이런 행위에 담긴 의미를 잘 캐치해내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쓰던 중 뒤통수에 시선이 느껴져 문득 돌아보면 "구루"가 노란 눈으로 나를 지켜보고있다. 그렇게 잠깐 서로 다른 두 종족의 눈이 마주치면 "구루"는 자신이 먼저 하고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뜬다. (고양이가 먼자 눈키스를 하자고 온것이다!) 이 때 만약 똑같이 눈을 깜빡여주지 않고 고개를 돌리면, 당신이 애인에게 키스하자고 입을 내밀었다가 퇴짜맞은듯 단단히 토라져서 한동안 옆을 내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뒷감당은 상상에 맡긴다;;)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눈 맞춤 조차 실수로 무시하게 되면, 고양이는 집사를 한동안 외면해버린다.

이 새초롬한 녀석은 신나서 뛰어놀고 나서 기분이 좋아 바닥에 늘어져 있다가도 집사와 우연히 눈이 마주칠 때는 때때로, 열심히 키스를 해준다. 간혹 아무 이유없이 뒹굴다가 마주쳐도 키스를 해주기도 한다. 나는 대강 ‘나 지금 기분 좋아! 그래서 너도 좋아!’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며 지낸다. 그래서 "구루"가그런 애교를 부릴 때마다 나도 열심히 눈을 깜빡이며 화답해주고 있다.

사실 이정도까지 되기가 처음부터 쉬운일은 아니였다. 우리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구루가 나를 보고 눈을 깜빡였을 때 나는 영문을 몰라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였는데, "구루"는 적잖이 실망하였는지 돌아 누워서는 한참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는 난 이녀석이 왜 토라졌는지 몰랐다. 훗날 뒤늦게 안 것이지만 눈을 깜빡이지 않고 마주하는 것은 싸우자는 의미기에, 친애의 눈빛에 도전으로 화답하는 집사가 참 어이없고 밉상이었을 것이다.

당신에게 동거묘가 있다면 그들의 작은 눈짓을 놓치지 말고 꼭 함께 키스해주자. 구루처럼 토라질지도 모른다.

물론 고양이도 성격이 제각각인지라 낯선 고양이에게서 키스를 받아본 일도 있다. 일전에 저녁거리를 사들고 집 근처 골목을 지나다 진한 삼색 무늬의 미묘와 마주친 적이 있다.(삼색 무늬 고양이는 정말 희귀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암컷이기에, 그 고양이도 아마 암컷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며 다리를 번쩍 치켜들고 우아하게 그루밍을 하던 그녀는, 후줄근하고 수상해 보이는 나를 발견하곤 보석 같은 녹색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경계의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이 아이가 당황하지 않게 천천히 몸을 낮춘 다음 삼색냥이와 눈을 맞추고 눈키스를 했다. 잠깐 뚫어져라 나를 보더니 곧 나를 향해 눈을 깜빡여주었다. 이름 없는 그 아이와 나는 그렇게 작은 인연을 맺었다. 그 뒤로 그 고양이를 다시 마주친 적은 없지만, 그 후 나는 가방에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를 넣고 다니기 시작했다. 언젠가 또 나와 키스를 나누는 고양이가 있다면, 그때는 작은 인사 선물로 나누어줄 요량으로 말이다.

참 예쁜 녀석이었는데, 잘 지내고 있을지 때때로 궁금해진다.

만약 당신이 좁은 골목이나 산등성이, 도심의 어두운 공원이나 쓸쓸한 학교 운동장 그 어딘가를 거닐다가 낯선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다면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자. 큰소리를 내지 않고 몸을 낮추면 더 좋다. 사람을 크게 무서워하지 않은 고양이라면 당신에게 키스를 해줄지도 모른다.

서로의 짧은 인사가 불현듯 당신 인생에 흔히들 말하는 묘연(猫緣)의 시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LUCAS MAGAZINE WRITER - 아름답고 자유로운 작가가 있는 곳>
작가 : "구루 집사"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guruis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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