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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ly의 음악 수필 : 피아노일기장 - 일기장에 새긴 비밀] "늦었다"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해주고픈 말

문화 & 예술 이야기/음악과 힐링

by Aaron martion lucas 2019. 8. 1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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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쓴 [Think about music :에필로그]를 많은 분들이 봐주어 마치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댓글이 달릴거란 생각도 못했으며, 단 세사람만 읽어줘도 감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쓴 글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나를 키보드 앞으로 앉혔다. 그리고 오늘은 조심스럽게 늦었다라고 하는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키보드를 잡았다.

내가 모든이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취미가 뭐에요? 스트레스 뭘로 풀어요?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당신이라면 이 글을 과감히 건너뛰어도 좋다그러나 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깊은 생각을 한뒤 “음악을 듣거나 운동해요또는 “그냥 집에서 쉬어요같은 평범하고 단순한 대답을 들려준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내가악기라도 하나 배워보세요” 혹은 “배우고 싶으셨던것을 한 번 배워보세요”라고 하면 다들 “지금 하기엔 너무 늦었어요"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늦었다는 기준은 아무도 정해주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벌써들 결론을 내어버리고 있다.

우선,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당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싶다.

나도 처음부터 음악인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다. 단지 어릴 때 취미로 음악을 했고 우연히 재능이 있어서 그냥 했다. 여타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하라고 하니까... 나는 정확히 초등학교 5학년 12월까지 음악을 했었다. 그리고 당시 내 전부였던 음악을 하루 아침에 내 발로 과감히 그만두고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다. 항상 우리 부모님은 나의 선택에 대해 왈가불가 하지 않으셨다. 말리지도 보채지도... 단, 선택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셨다. 정신적인 독립을 또래보다 상당히 이른 나이에 시키신 것이다. 그래서 음악을 포기하는 것 또한 내 결정이며 내가 포기한 것이기에 그리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스스로 한 결정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음악이란 존재가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애써 모른척했다. 이미 나는 일반 고등학교 졸업 후 음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컴퓨터공학과를 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안돼.. 이미 늦었으니까..

나의 20대 초반은 전혀 음악과 교집합이 없는 시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막연히 사원증을 메고 다니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었다. 그 사원증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당장 앞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그냥 취업했다. 그 결과 나는 그로부터 이직만 9번을 했다. 어디서도 얘기할 수 없었고 자존감만 낮아졌다.

가장 힘든 순간, 나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작정 집에 사놓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예전의 내 실력이 아니었다. 그 순간 나는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날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피아노 은사님의 성함을 무작정 인터넷에 검색했다. 어느 아파트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휴대폰 번호가 딱 하나 있었는데 맞던 아니던 그냥 전화했다. 혹시 예전에 어느 동네에서 피아노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 맞으시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맞다고 하시며 그렇게 반가워해 주셨다. 나의 그 무너짐이 15년 만에 은사님을 만나게 해 주었다. 피아노를 다시 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은사님은 이왕 하는 거 대학에서 학위를 따 보라고 하셨다. 그 순간에서 조차 나는 언제나 같은 말로 나를 단정 지었다.

지금은 너무 늦었어요. 제가 무슨 학생을 가르쳐요. 그냥 취미로 할 거예요”

하지만 은사님의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한 학기만이라도 제발 해보라는 간곡한 권유 끝에 결국 난 다시 대학의 문 앞에 설 수 있었다.  첫 개강날, 늦깎이 학생이었던 나는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20대는 물론이거니와 많게는 70대 어르신도 그곳에 계셨다.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들 음악을 직업으로 삼자고 온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이 갈망하던 음악 속에 각자의 악기로 각자의 인생을 음악이란 공통된 언어로 표현하며 그렇게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곧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곳은 단순히 대학 강의실이 아닌 TV에서만 보던 제2의 인생을 사는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계신 자리였다. 어느 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내게 말했다. “20대라 좋겠어, 아직 시작할 수 있는 나이잖아, 잘 배워서 나중에 잘해봐, 다 잘 될거야 결국 그 말이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고 당신에게 음악으로 얘기할 수 있게 된 결정적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해본다.

늦지 않았다. 우리가 다시 흙이 되기 전까지.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는 20대에는 교복이 입고 싶어 지고 30대에는 20대로 돌아가고 싶고 40대에는 3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매번 같은 삶의 오류를 범하며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많게는 6,70년을 더 살아야 할 우리에게 늦었다는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해 보기나 하자. 후회는 매 순간 나도 모르게 불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존재를 애써 모른척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합리적인 핑계를 찾는다. 이 나이에 무슨, 안돼요” 라는 자기 합리화는 이제 그만하자후회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기 전에 하루라도 후회의 무게를 짓밟아줘 보자. "전 피아노가 배우고 싶은데 지금 배우기엔 늦은 것 같아요" 안 늦었다. 아무도 당신에게 잘 치라고 하지 않았다. 배운다고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용기를 부러워하면 하지 당신도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당장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좋으니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나 스스로가 애써 모른 척했던 당신 안에 꿈틀거리는 그 존재를 한 번 밖으로 꺼내보자.

그날 이후, 음악가의 길을 걷던 나에게 누군가 말했다.

이제 너답네.. 예전의 너의 모습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실망스러웠어. 거 봐, 충분히 할 수 있었잖아

아직 못 찾은 당신의 모습을 이제 하나씩 천천히 한 번 찾아보자나에게 얘기해도 좋고 혼자 써도 좋고 어떤 방법이던 밖으로 한 번, 일단은 꺼내보고 나에게 "늦었다"라는 말 대신 이렇게 되물어보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었는가?”

서문에 남긴 "일기장에 새긴 비밀 (A Secret In A Diary)"을 들으며, 잠시나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되고 나 자신의 열망을 스스로에게 되묻는 용기를 가져보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또 응원해본다.

 

<LUCAS MAGAZINE WRITER - 아름답고 자유로운 작가가 있는 곳>
작가 : Kelly, "마음을 듣다, 마음을 덜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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