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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 & 서평 : 아무튼 식물] 의미 없었던 사계절의 변화에 의미가 생겼다.

문화 & 예술 이야기/도서 리뷰

by Aaron martion lucas 2020. 1. 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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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왔을 때 짐 정리를 마치고 식물 가게에 갔다.

저는 식물을 잘 죽이는 사람인데요. 혹시 저 같은 사람도 잘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있을까요?

사장님은 가게의 식물들을 스윽 훑고선 틸란드시아를 추천해주셨다. 공기까지 정화해준다고 하니 집안의 생기를 돌게 해줄 뿐만 아니라 공기까지 맑아질 것 같았다. 물은 얼마나 주면 되냐는 물음에 사장님은 일주일에 한 번 씩만 주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잊지 않고 수요일마다 물을 챙겨줬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초록색이던 틸란시아가 점차 갈색으로 변해갔다. 물을 이렇게 열심히 챙겨줬는데, 왜 이렇게 갈색으로 변해가는지 식물 가게에 물어봤다. 이번엔 통풍을 잘해줘야 된다고 하셨다. 원룸이고 바람이나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탓에 선풍기로 틸란드시아에게 통풍을 주려했다. 하지만 나는 식물을 돌보기에 너무 부족했다. 결국 며칠 뒤 틸란드시아는 완전히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집안 미세먼지를 잡아준다는 "틸란시아"

어떻게 하면 식물을 잘 키울 수 있을까? 잘은 아니더라도 죽이고 싶지는 않다. 그순간 <아무튼, 식물>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식물을 들여놓고, 그 식물을 키우면서 전과 달라지는 삶, 그때 느낀 감정, 생각, 가치관 등을 책에서 말했다. 난 크게 두 가지를 깨달았다. 물만 주면 된다는 건 나의 착각이었고, 식물에 시간을 투자한 만큼 건강하게 자란다는 걸. <아무튼, 식물>을 읽다 보면 식물을 제대로 키워보고 싶어 진다.

근데 왜 하필 식물일까? 왜 식물을 키우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인테리어 목적이 컸다. 조금은 밋밋해 보이는 방이 식물 하나로 생기가 생길 수 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식물을 키웠기 때문에 잘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식물에게 물이 필요해서 주는 것이 아닌 줘야 하니까 주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나름 책임진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책임이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될 때 계속 물을 주면 뿌리가 썩어버린다. 결국 내가 준 틸란드시아는 물이 부족한 게 아니었음에도 물을 마셨기에 시들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무조건 물을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지내고 있는 집의 습도가 높은지, 아닌지에 따라 물 주기도 달라질 수 있다. 식물 가게에서 일주일에 한 번만 주면 된다고 매뉴얼처럼 말했지만, 사실 모든 식물을 이렇게 관리하면 틸란드시아처럼 금방 시들을 것 같다.

키우기 쉬워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식물로 사랑받고 있는 "몬테리아(몬테그라스)"

친구가 운영하는 식물 가게에서 몬테리아(몬테그라스)를 구매했다. 이 몬테리아도 초보자가 키우기 쉽다는 이유로 선택했다. 이번에도 며칠 지나서 금방 죽을까 봐 걱정이었는데 친구는 물 주기를 체크하는 방법과 물의 온도, 물을 주는 방법 등을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다행히 그 관리법 덕분에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잘 살아있다. 여름이 되면 창문 쪽에 뒀는데, 겨울이 되면서 방 안 쪽으로 자리를 바꿔줬다. 이 자리도 한 번에 바꾸면 안 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한 위치까지 가기 위해서 조금씩 자리를 변경하여 이동해야 한다. 며칠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래야 몬테리아도 조금씩 자신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그렇게 온도와 위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하니 식물을 대하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일까 작가가 식물을 키운 뒤 느꼈던 사계절 온도와 습도 변화에 대한 감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싹이 터져 오르는 봄의 마법에 취하고, 여름의 더위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가을의 냄새와 겨울의 질감이 무엇이고, 어찌 그리 신비로운지 온전히 느끼기 시작했다. (중략) 모든 씨앗에는 의지가 있고, 모든 이파리에는 이유가 있다.

- 본문 내용 중 -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알고 나서부터 작가는 모든 과일의 씨앗부터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를 보면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애정과 그 애정에서 비롯된 직업병이 생각났다. 예전에 나도 광고 관련 일을 했을 때 전단지부터 버스광고, 전광판 등 모든 광고를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병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땐 그런 상상이 재미있었다. 아마 작가가 느끼는 식물에 대한 관찰과 그 식물을 키우면서 늘어나는 소품들을 보면서 재미와 더 나아가 행복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서로를 소개하지 않고, 함께 지내면서 알아가고, 애써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면서, 그 애정을 쏟은 만큼 식물은 잘 자랐다.

어렸을 때 나무를 가지고 싶었다. 내 나무. 나보다 키가 크고, 그늘이 있고, 향기가 있는 나무 옆에 있으면 괜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파트 놀이터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내 나무라고 생각하고 매일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아무튼 식물>을 읽고 그 나무를 보던 때가 떠올랐다. 작가는 과일의 씨앗을 발아하면서 새싹으로 변하고, 분갈이를 하고, 어떤 흙을 좋아하는지, 어떤 온도를 좋아하는지 등을 다 목격한 뒤에 비로소 그 식물과 친구가 된 기분이라고 한다. 처음엔 식물을 대하는 게 어설펐을지 몰라도 점점 식물이 원하는 걸 알아가는 위치에 있다 보니 식물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일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소풍 갈 때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처럼 바람이 많이 불면 식물을 안쪽으로 두고, 비가 오는 날이면 바깥으로 옮기면서 식물을 보호하는 일까지. 쉽지 않아 보여도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점점 식물과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관계가 부러웠다.

식물은 반려식물이라고 부르는 만큼 책임감이 필요하다. 단순히 인테리어를 위해 잠깐 키웠다가 쓰레기통으로 버리지 않고, 이 식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식물을 키우고 나니 가게에서 키우는 식물이 보였다. 나처럼 갈색으로 변해가는 틸란드시아도 있었고, 물을 못 마셔서 메마른 큰 식물들도 많았다. 몰랐을 땐 몰라도 조금씩 눈에 보이다 보니 내 몬테리아만큼은 이 가게들처럼 만들지 않겠다며 계속 기웃거리게 된다. <아무튼 식물>을 읽다 보면 식물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식물을 잘 키워보고 좋은 관계까지 맺고 싶게 한다. 이처럼 식물을 잘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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