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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 : 아몬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자, 감정에 휘둘리는 자

문화 & 예술 이야기/도서 리뷰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1. 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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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평소 많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슬픈 영화를 보면 마음이 아파서 울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반가워서 웃고상대의 거짓말에 실망하기도 한다때로는 이 감정이 피곤하다. 웃고 싶지 않을  웃지 않고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나는 너와 생각이 다르다 말하고 싶다. 마음은 이렇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을 전제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 차라리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오히려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그럴 때마다 감정 없는 삶이란 어떨지 상상하곤 했다그런 점에서 소설 <아몬드> 속 주인공, 윤재는 감정표현 불능증 알렉시티미아 정서적 장애를 가졌다.

즉,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윤재는 선천적으로 편도체 크기가 다른 사람보다 작았다. 편도체는 감정을 다루는 기관이다엄마는 윤재가 세상과 어울리기를 바랐기 때문에 남들이 웃으면 따라 웃고, 호의를 베풀면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주입식 감정교육을 했다. 윤재는 엄마의 말에 따라 웃고, 고맙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왜 웃는지, 왜 슬퍼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 16번째 생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사건이 발생했다. 윤재는 세상에 불만이 많은 한 괴한이 엄마와 할머니에게 망치로 내리찍는 모습을 봤다. 괴한은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 윤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보는 것뿐이었다. 괴한의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누구든지 웃고 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지만, 엄마는 식물인간이 됐다. 이제 윤재는 홀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엄마는 모든 게 다 나를 위해서라고 했고, 다른 말로는 그걸 사랑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엄마의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하려는 몸부림에 더 가까웠다.

소설 <아몬드>에서는 윤재가 가진 컴플렉스인 편도체를 아몬드라고 표현했다. 엄마도 윤재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몬드를 먹이는 일이었다. 엄마는 윤재를 보호하는 동시에 자신을 보호했다. 윤재를 볼 때마다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을 거다그러다 괴한에게 피해를 입었다. 단지 웃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에겐 각자의 사연이 있다. 우린 그 사연을 들어보지도 않고 겉모습으로 판단한다. 세상을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겨우 적응하려 노력하는 사람을 헤쳤다. 이로 인해 윤재는 홀로 남았다. 이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어느 날 윤 교수가 윤재를 찾아와아픈 아내에게 아들인 척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사실 윤 교수의 진짜 아들은 곤이다어렸을 때 잃어버려 곤이를 겨우 찾았는데, 윤 교수의 기대와 달리 곤이는 소년원에 다녀오기도 했고, 꽤 폭력적인 아이라 아내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의 진짜 아들 대신해 윤재를 자신의 아들처럼 꾸며 곤이의 엄마를 만나게 했고, 며칠 뒤 곤이의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곤이를 만났다. 곤이는 그 이후로 학교에서 윤재를 괴롭혔다하지만 윤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곤이는 책방에 찾아와 말했다. "너 감정을 못 느낀다며?" 곤이는 그런 윤재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고, 감정교육을 해준다며 나비의 날개를 뜯기도 했다. 그런 나비가 불편해 보인다는 윤재와 달리 곤이는 나비가 불쌍해 보인다고 했다 뒤로 곤이는 책방에 오지 않았다

윤 교수는 아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다는 지금 어떤 아들이 되어있는지를 봤고,  편견 때문에 윤재에게 아들인척 해달라고 했다. 결국 곤이는 그 상처를 윤재에게 풀었다. 하지만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에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았다. 이렇듯 곤이는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만, 윤재는 그러지 않았다. 이 둘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도 서로에게 공통점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곤이는 나비 날개를 찢을 때도 괴로워했다. 곤이는 이런 아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척 숨기며 살고 있다. 곤이는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진짜 내 모습을 숨기며 거짓된 감정을 드러내는 것처럼

난 곤이가 되어 상상 속 내 모습, 윤재를 만날 수 있었다.

차라리 말이야. 내가 더 나쁜 짓을 저질러 버릴까? 어쩌면 다들 그것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시간이 지나며 윤재에게는 이도라라는 여자 친구가 생긴다. 도라로 인해 윤재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우리가 보기엔 사랑이지만, 윤재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즈음 곤이는 나쁜 짓을 일삼았다. 그러다 수학여행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한다. 곤이는 자기가 아니라고 결백을 말했지만, 다들 그를 의심한다. 결국 곤이는 상처 받는 게 싫어서 상처 주는 쪽을 선택했다. 나중에 곤이가 범인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아무도 곤이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윤재는 곤이에게 아들인 척해서믿는다고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곤이를 찾았다. 그런 윤재에게 소년원 선배인 철사는 친구를 위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며 윤재를 때리고 칼로 찔렸다깨어나니 윤재는 병원이었고, 눈 앞에 엄마가 있었다. 둘은 웃고 있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3부에서 윤재는 도리에게서 꿈,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곤이를 통해 고통을 알게 된다. 1, 2, 3부 모두 편견 가득한 세상과 사람이 나온다. 그 세상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와 감정에 휘둘리는 곤이가 있다윤재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대신 그 덕분에 곤이를 편견 없이 마주할 수 있었다그러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1부에서 윤재는 엄마와 할머니 없이 홀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고, 3부에서 엄마가 깨어났지만, 여전히 윤재는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감정은 스스로 느끼는 거니까감정을 느끼지 못한 사람을 덤덤하게 표현했다모든 상황을 상상할  있는 명사와 단어 사용으로 소설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우린  감정에 피로도를 느끼면서 감정을 불편해하지만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역시 불편한 삶이다

손원평의 장편 소설 <아몬드> 읽고 감정과 편견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한 번보다 여러  읽기 권하는 책이다. 최근 연극화되어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과 함께 보면 더욱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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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손원평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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