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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매일 저녁 꺼내보고 싶은 시집

문화 & 예술 이야기/도서 리뷰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1. 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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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시는 주로 시의 정서를 느끼기보다 분석에 가까웠다. 때문에 시 하면 어렵고, 딱딱한 인식이 먼저였다. 그러다 나는 영화 <동주>를 본 뒤로 시가 궁금해졌다. 그때 처음으로 시집을 구매했다. 호기심을 유발하느냐, 공부로 접근하느냐의 차이였던 것 같다. 모든 문학에는 독자와의 호흡이 있어야 하지만, 특히 "시"라는 문학적 장르는 독자와의 친밀도가 가장 높은 문학이 아닌가 싶다. 소설은 주인공이나 제삼자가 되어 사건 및 상황을 몰입해서 읽을 순 있어도 시는 내 경험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으니까.

이번에 출간된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원래 시인 나태주가 쓴 시 중에서도 블로그, SNS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들을 묶어서 출간한 책이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시인 나태주의 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다 읽고 나서 사람들의 주 관심은 역시 사랑이었다. 사람을 만나 설레고,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이별에도 눈물 쏟는 그런 과정들이 다 그려졌다. 뿐만 아니라 삶이 담겨 있어서 내 일상을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처럼 좋았다. 중간에 그려진 삽화 역시 시와 어울렸는데, 사람은 윤문영 화백, 자연은 시인 나태주가 그렸다. 원색을 주로 사용하여 꽃이 더 돋보였다.

읽는 동안 추억을 소환해서 그때를 되새길 수 있었다. 사진만 추억을 꺼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시를 통해서도 이것이 가능했다. 특히 우리가 시인 나태주의 시를 좋아하는 건 어려운 말이 없어서이다. "시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준 시인이기도 했다.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더 공감할 수 있지만, 경험이 없어도 그리 어렵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상황이라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겠구나"라며 상상하게 만든다. ''라는 말을 자주 쓰시기 때문에 문득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서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시집 안에 담긴 주옥같은 작품 몇개를 소개하며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당신에게 전달하고 싶다.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연애하면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받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은 계속 들어도 지겹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 받을 때도 있다. 사랑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너를>에서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는 말이 좋았다.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지금 내 앞에 없더라도 보고 싶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사랑스러웠다.

<그리움>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우리는 살면서 문득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순간이 있다. 나는 늘 하고 싶은 말을 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때도 있고,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홀연히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은 단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를 만들어 냈느냐가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반대로 열정적인 모습을 지냈던 내가 그립기도 하다. 이젠 체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시간 없다는 핑계로 청개구리 같던 모습을 뒤로하고 그리워만 한다. 그 사실이 씁쓸할 때도 있다.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이 시는 책을 보는 내내 내 마음을 뒤 흔든 가장 좋았던 시다. 이상하게도 마음속으로 수백 번도 더 하는 말인데 입으로 꺼내는 게 어렵다.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못 하는 말일 수도 있고, 그 말이 내 마음과 다르게 가볍게 느껴질까 봐 아낄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린 꾸밈없는 담백한 말을 들을 때 더 감동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꾸만 감정을 숨기다 보면 무뎌질 때도 있다.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애써 괜찮은 척 달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상처 주기도 한다. 뭐든 적당히 감추고, 적당히 감정을 드러내는 게 좋은데, 그게 가장 어려우니 문제다.

우리 일상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상처 받고,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순간이나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살고 있다. 그게 너무 익숙해서 이렇게 글로 보지 않았다면 모든 감정들을 무심하게 지나쳤을 것 같았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곱씹을수록 좋다. 매일 아침 혹은 저녁마다 꺼내 읽기 좋은 시집이다.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작가 : 답답할때 속을 편하게 해주는 매실처럼 마음 따뜻한 글을 쓰는 "매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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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runch.co.kr/@dahyesong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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