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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 리틀 포레스트] 계절의 맛과 함께 이시대의 청춘을 담아낸 영화

문화 & 예술 이야기/인생 영화 소개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0. 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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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절이 담긴 영화 리틀포레스트
4계절이 영화 하나에 모두 담겨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꽃이 피고, 매미가 울고, 단풍이 물들고, 눈이 내리는 계절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기 때문에 매시간 계절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익숙해서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 정신 차려보면 추운 겨울이고, 껴입은 옷이 얇아질 때면 봄이었다. 추운 날엔 여름이 그립고, 더운 날엔 추운 겨울을 그리워하면서 지금의 계절을 거부했었는데,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사계절을 있는 그대로 잘 보내고 싶어졌다.

여름엔 더워야 하고, 겨울엔 추워야 한다. 그래야 그 계절에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제철 요리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으스스한 찬바람과 먹는 막걸리가 더 맛있는 것처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는 귤이 더 달콤한 것처럼.

혜원이(김태리)는 연애와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고향으로 내려왔다. 왜 돌아왔냐는 말에 혜원이는 "배고파서"라고 말한다. 시험 공부하다가 편의점에서 상한 도시락을 먹으며 끼니를 때웠으니 배고프다는 말이 진짜 일지도 모르겠다. 배고프다는 말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사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나는 가끔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그 맛있는 걸 찾지 못해서 맛있는 무언가를 상상하며 잠들곤 한다. 정말 배고파서 인 것도 있지만, 주로 공허함 때문에 찾아온 가짜 배고픔이 더 많은걸 보면, 혜원이도 도시에서 채워줄 수 없는 공허함과 허기짐을 채우고자 고향으로 오지 않았나 싶다.

영화 리틀포레스트 스틸컷
우리는 공허함이 가득찬 가짜 배고픔을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을 꺼내 먹으며 달랜다.

혜원이는 잠깐 있겠다고 했지만, 사계절을 고향에서 보낸다. 그곳에서 엄마(문소리)와의 추억을 꺼내고, 직접 키운 채소들로 요리를 해 먹고, 동네 친구 은숙과 재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놓쳤던 중요한 것을 찾아간다. 이야기 흐름을 보면 작물을 심고, 수확하고, 친구들과 보내는 이야기만 나와서 심심할 수 있지만,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각 캐릭터별로 놓인 삶이 우리 삶과 다르지 않았고, ASMR로 들으면 계절을 상상할 수 있고, 영상으로 보면 직접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잘해 먹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계절감을 잘 나타내어 영상만 보고 있어도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하다. "맞아, 여름은 저렇게 해가 뜨거웠지, 추울 땐 바람이 창문을 때려서 무서울 때도 있었지" 하면서. 덕분에 입맛 돋게 하고, 텅 빈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싶은 영화다.

김태리 먹방
극중 혜원(김태리)의 먹방은 없던 입맛도 살리게한다. 

이 영화는 일본 리틀 포레스트가 원작이다. 이를 한국스타일로 리메이크해 제작해서인지 혜원이와 은숙(진기주), 재하(류준열)의 입장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살며 우린 자신의 선택만큼이나 쉬운 일이 없어서 그저 시키는 일만 하고, 직장생활에서 제일 피하고 싶은 사람과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열심히 해도 잘 풀리지 않은 삶까지. 말 그대로 영화는 우리의 일기장을 꺼내보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이 잘 먹고, 어릴 적 추억을 꺼내거나 오늘 있었던 일을 안주삼아 술 한 잔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봤다. 생각해보면 우린 훗날의 결과를 위해 오늘의 중요함을 잊을 때가 많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삶보다는 미래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시험 보고, 지금의 피로보다는 나중의 휴식을 찾는 것처럼.

그래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현재를 사는 지금 시대의 청춘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거울과 같이 느껴진다.

영화는 매번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평범한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그냥 지금 잘 먹고, 잘 쉬고, 잘 웃는 게 얼마나 중요 건지 말해준다. 그래서 지치고 피로도가 높을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영화이다. 사계절에 맞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 덕분에 잠시 멈춤 또한 우리들에게 필요한 일임을 알려준다. 영화가 이래서 좋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며, 바쁜 일상으로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 주니까. 리틀포레스트 영화를 보고 나면 마트에 갈 수밖에 없다. 예쁘게 데코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음식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진다. 삼각김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이 아닌 보글보글 찌개 끓이는 소리도 들리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집에 있고 싶어 진다. 물론 함께 먹을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

혜원이는 갑자기 떠난 엄마가 미울 때도 있었지만, 엄마의 기억과 함께 집에 있으면서 결국 엄마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냥 사계절을 보내는 것이 아닌 혜원이의 성장까지 볼 수 있어서 영화가 더 깊이 있고 담백하다. 영화 속 극중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의 모습들이니까, 우리도 이처럼 성장할 수 있음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힘들고 지칠때 돌아올 곳이 있다는것, 그것만큼 큰 위안이 있을까?

이 영화가 가진 한 가지 더 좋은 점이 있다면 돌아갈 곳,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알게 해 준 점이다. 예전 자취 생활했을 때 잠깐 살던 집이라는 생각에 달랑 책상 하나 있었다. 밥은 주로 사 먹었기 때문에 냉장고는 텅텅 비었고, 쌀 대신 햇반만 있었다. 그때의 집은 포근함보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최근 살고 있는 집은 1년 계약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커튼과 포스터를 붙여서 내 취향을 담아냈다. 그래서인지 일을 마치고 집에 올 때면 기분이 너무 좋다. 뿐만 아니라 주말마다 집으로 내려가 내가 한 밥보다 훨씬 맛있는 엄마 밥을 먹으면서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마음껏 떼쓰면서. 그렇게 내가 돌아갈 곳을 만들고 힘들 때마다 기대고,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것이었는지 알았다. 연말이 다가와 겨울을 준비할 우리들에게, 지친 우리들에게, 리틀 포레스트는 한 편의 휴식처 같은 영화이다.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작가 : 답답할때 속을 편하게 해주는 매실처럼 마음 따뜻한 글을 쓰는 "매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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