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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과테말라 여행기 완결] 과테말라 속 마야 문명의 꼬리 찾기

생활 정보 이야기/해외 여행 일지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0. 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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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안티구아나 아티틀란 호수에서도 현재까지 살아있는 마야 민족의 후손들을 만나볼 있었지만, 고대 전성기 때의 마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고 싶다면 티칼(Tikal) 찾아야 한다. (지난 안티구아편과 아티틀란 호수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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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 마추픽추가 있다면, 과테말라에는 티칼(Tikal)이 있다.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900년까지 중앙아메리카를 평정했다고 알려진 마야 문명은 이제 되는 잔해만 남아있는데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보존되어있기로 유명한 티칼은 관광객 필수 코스이다. 워낙 남아있는 유적의 수가 적다보니 여전히 수많은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상태이고, 그래서인지 가기 전부터 해소되지 않는 호기심이 쌓여만 갔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도시만 여행해보았는데, 기원전 문명의 잔해를 보러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른 기분이겠지?", "공기부터 신비로운 기운이 넘치겠지?" 여행 시작 전부터 잔뜩 부풀었던 내 기대를 광활한 자연의 모습과 고고한 모습으로 채워 주었다. 단연컨테 이번 과테말라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티칼 입구 모습
티칼의 여행은 마치 잘 정돈된 밀림을 탐험하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몬타나존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이모와 사촌동생은 이미 와본 터라 이번 티칼 여행은 감히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용감한 탐험가가 기분으로, 짤막한 스페인어 하나만 믿고 용기 충전하여 시골길을 떠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내가 알던 건물다운 건물의 모습은 점차 뜸해지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흙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콘크리트 도로가 울퉁불퉁한 흙길로 변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가로수들이 버스 창문을 긁고 지나간다. 소와 들개들이 보이고, 때로는 자유로이 모이를 찾는 닭도 보인다. 타임캡슐을 타고 여행하는 듯, 바뀌지 않는 옆자리의 백인 커플과 그리고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 뿐이었다. 중간중간 졸기도 하면서 한참을 달려 도착하고 나서야 우리는 먼저 호텔로 이동했다. 작은 오두막처럼 생긴 방갈로 형태의 방을 안내받았다. 바로 앞에 수영장이 있었지만, 나는 안의 모기와 곤충들을 잡느라 혈안이 되어 저녁시간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 티칼을 방문할 때에는 반드시 강력한 살충제나 모기 기피제를 챙겨가라. 반드시!! 나처럼 대충 챙겼다가는 원숭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될지도 모른다.

코아티 한쌍
코아티(쿠아티) 한쌍이 지나가는 길에 관광객들의 간식을 약탈하러 왔다. 귀여운 약탈자들 같으니.

다음날 새벽 예약해둔 가이드 투어를 위해 피곤한 눈에 찬물로 활기를 더하고 한병과 여행책자를 챙겨 방을 나섰다. 가이드를 따라 국립공원 입장권을 구매하고 지도를 받아든 굵은 모래가 깔린 길을 따라 티칼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새벽 5시쯤 동이 트기 전이지만 이미 정글은 잠에서 후였다. 밤새 들었던 원숭이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고 새들도 지저귀기 시작했다. 가끔 너구리나 재규어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우리가 다니는 길가에 큼직한 발자국들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해가 본격적으로 야생동물들의 활동이 시작되면, 원숭이와 너구리를 합친 듯한 생김새의 포유류를 정말 많이 발견할 수 있다.(뒤늦게 최근 우리나에서도 애완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코아티 종이란걸 알았다.) 관광객들에게 다가와서 간식거리를 받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한가지 신기한 것은 거대한 마야 터전에 식수를 공급했을 법한 호수나 강이 전혀 없다는 것인데,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마야인들은 당시로서 상당히 앞서나간 기술력으로 저수지를 만들어 우기에 빗물을 모아두었다가 사용했다고 한다. 가이드 따르면 이러한 수원지의 부재로 인해 마야인들이 예상치 못한 가뭄을 피해가지 못하고 단숨에 멸망했다는 가설도 존재한다고 한다. 문득, 그들이 그 찬란한 문명을 지속했더라면 어땟을까 나는 잠시 상상속에 빠진채, 길을 재촉했다.

신들의 장소
헤아릴 수 없는 하늘과 광할한 대지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내가 신들의 장소에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한참을 걷다보면 사원 1호(특별한 이름 없이 1호라고 불린다. 사원 안에 묻힌 왕 역시 682년부터 711년까지 재위한것으로 추측할 뿐 A왕이라고 부른다.)에 도착하게 된다. 티칼 국립공원의 3천여개 건축물 중에서 바로 이 사원 1호가 가장 유명하다. 주요 종교행사의 중심지였던 그랜드 프라자 동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일출을 보기 위해 가장 먼저 여기를 찾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오를 때처럼, 그러나 그때보다 위험하고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라 꼭대기에 다다랐을 보이는 풍경은 힘들게 올라온 여행객에게 마치 하나의 선물처럼 숨을 멎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때마다 신의 영역을 침범한 듯한 느낌에 묘한 죄책감을 느끼곤 하는데, 이곳이 그런 느낌이었다. 우거진 위에 둥둥 있는 것이 분명 구름 아래에 있는데 불구하고 내가 누려 마땅치 않은 권력을 손에 기분이었다. 고대 마야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거대한 사원을 지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하늘에 가까이 닿아 신의 말씀에 경청하고 싶은 마음에 지었을지 몰라도, 짓고 나서 꼭대기에 올랐을 때에는 막중한 책임감과 어쩌면 거만함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신권정치가 당연하던 시절에 마야 지도자는 이곳에서 끝에 보이는 지평선까지 모든 땅이 자신이 다스려야 영역이라고 믿지 않았을까. 그들이 어떤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었든간에 이런 풍경을 번이라도 사람은 경험을 인생에서 쉽게 지울 없었을 것이다. 분명 풍경을 보기 전과 후의 마음가짐이 많이 다를 것이다.

티칼의 마야 유적
티칼(Tikal)의 마야 유적들, 이걸 건축한 마야인의 향기를 바로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일출을 보고 한층 경건해진 마음으로 내려온 우리 팀은 보다 진지하게 투어에 임했다. 문득 순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소중하게 다가왔기 때문일까, 투어를 함께하는 일행들과 서로의 삶에 대해 묻고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며 친구가 되어갔다. 공원의 규모가 워낙 방대했기 때문에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고고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유적을 중심으로 탐방했다. 박물관이 아닌 야외에 전시되어있기 때문에 티칼의 유적들은 항상 부식에 노출되어있다. 때문에 국립공원 입장시에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에게 필요 이상의 접촉을 삼가도록 당부하기도 하고, 당국에서도 최대한의 보존을 위해 끊임없이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서너 개의 사원들이 공사 중이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우리 팀은 아쉬운 마음보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공사장 인부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수학여행 때를 제외하고 혼자 가이드 투어를 신청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여러모로 기분 좋고 신청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경험이었다.

어쩌다 과테말라, 그 추억을 기억하며.

사실 혼자 떠난 여행이 아니라 대부분 이모의 도움을 받고 세운 여행 계획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배낭 여행자들보다 좋은 점만 보고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학생활이 심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매일같이 회사에 출퇴근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의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없을 정도로 안락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도 그만큼 준비되어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과테말라에 가보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던 스무살의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해준 그곳이 지금 많은 경험으로 무장한 나를 어떻게 놀라게 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과테말라는 날씨처럼 평온하고 따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나라의 역사가 그렇듯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상처와 갈등이 내재해 있다. 마야 문명의 명성이 무색하게 현대사회에서는 한참동안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역사적 사회적 문제들이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다음에는 성숙하고 깊이 있는 방문이 있도록 중앙아메리카에 대해 공부하고 찾아갈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낯선 남미권 문화에 함께 관심을 갖고안녕하세요Hola’(스페인어 '안녕') 이상의 교류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LUCAS MAGAZINE WRITER - 아름답고 자유로운 작가가 있는곳>
작가 : 반미국인 반한국인 "25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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