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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슈] ASF(아프리카 돼지열병) 대한민국 상륙, 돼지열병의 역사적 심각성과 대응에 대하여

국제 & 사회 이야기/트렌드 이슈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0. 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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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슈 : 19.09.30 ~ 19.10.05]

1957년 포르투갈 리스본 항구에 배 한척이 기항하게됩니다. 앙골라에서 출항한 이 배에는 출항 당시 선원들의 식량으로 쓰이기 위해 실려있던 아프리카산 돼지가 미처 다 소모되지 못한 채 실려있었습니다. 이 돼지들은 리스본 항구에 내려져 도축된 후 가축용 사료로 축산 농가에 납품되었고 인근 지역 돼지 먹이로 사용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재앙을 가져왔는지 말이죠.

37년간 서유럽 돼지들을 학살시킨 일명 "아프리카 돼지 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의 시작은 바로 이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은 사건 이후 3년만에 서유럽 양돈업계는 쑥대밭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1960년 사건의 진원지였던 포르투갈을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대륙의 돼지 40%가량을 공급하는 서유럽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뒤덮혔고 이 사태는 무려 37년이 지난 1995년에 이르러서야 돼지 열병이 완전히 근절됩니다. 이 기간 서유럽 양돈 농가는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조차도 EU연합이 마련되고 난 뒤, 유럽 대륙 전체가 함께 합심하여 감염돼지 절멸정책을 펼쳤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작은 실수 하나가 남긴 악몽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ASF(아프리카 돼지열병, African Swine Fever)이란?

본래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이름에서 나타나듯, 아프리카 돼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전염병이자 토착화된 풍토병입니다. 그러던것이 국제 교역이 발달되면서 아프리카 지역과 교역하는 유럽국가들로 퍼지게 되었고 현재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대륙까지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의 경우 첫 몇일간은 약간의 미열이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으나 잠복기(4~21일)를 거치면서 식욕이 감퇴되고 눈에 띄게 활동량이 줄어듭니다. 그러면서 돼지 말단부위가 퍼렇게 변하며 귀나 복부 출혈등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쯤되면 이미 축사안에 다른 돼지들도 감염이 되었을 뿐 아니라 돼지들은 고열이 발생하면 서로 몸을 뭉쳐 체온을 유지하려고 하는 특징 때문에 서로 한곳에 모여 바들바들 떨다 다른 개체 모두 서로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는 주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증상이 발견되면 수일 내 감염된 돼지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임신 중인 돼지는 이 과정에서 모두 자연 유산된 상태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참혹한 전염병입니다.

ASF는 말단 부위가 파랗게 변하는 것이 마치 흑사병 같다하여 "돼지 흑사병"으로 불린다

현재까지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제대로 된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전무한 상태기 때문에, 일단 발병하면 치사율 100%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말 무서운 이유는 바이러스의 안전성이 너무 높아 상온의 돼지 배설물에서 10일, 냉장육에서 15주 가량 바이러스가 잔존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번 EU가 실시한 절멸 정책같은 극단적인 방안이 동원되지 않고서는 자칫 바이러스가 해당 지역에 토착화 되어 수십년간 뿌리를 뽑기 힘든 전염병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감염된 돼지를 먹거나 혹은 공기중으로 인간에게 감염되어 미치는 악영향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유럽의 아프리카 돼지 열병 악몽, 그 심각성

돼지열병을 근절하고 청정지역이 된 것만 같던 유럽의 양돈농가에 죽음의 그림자가 다시 찾아 온것은 2007년이었습니다. 돼지 열병 완전 근절을 선포한지 불과 12년만에 아프리카 국가와 교역 중이었던 조지아의 포티항에 또다시 아프리카를 경유한 선박이 기항하게 되는데, 그동안 발전된 검역 시스템을 통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남긴 돼지 고기 잔반통(음식물 쓰레기통)이 문제가 될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 잔반통을 인근 돼지농가에서 가져가 퇴비 겸 돼지 먹이로 주게되었고 그렇게 잊혀졌던 악몽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감염 경로는 50년 전과 달랐습니다.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으로 퍼졌고 먼저 조지아와 인접한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러시아 쪽으로 전염되기 시작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몰도바, 체코, 루마니아, 우크라이나를 차례로 쓸어버립니다. 심지어 이러한 감염을 뒤늦게 발견하고 당국의 초기 대응이 늦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우 아프리카에 국한된 이 질병이 토착화되어 돼지 열병과 끝나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일단, 이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토착화되면 우리나라에서 종종 일어나는 구제역 사태와 같이 수년을 주기로 재발병하게 된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엄청난 수의 돼지들이 살처분을 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축산 산업에 있어 막대한 피해를 끼칠 뿐 아니라 단백질로 섭취 식품으로 삼는 국가의 경우(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삽겹살을 사랑하는 것처럼) 수요에 따른 공급이 받쳐주지 않게 되어 가격 폭등으로 인한 대체 식품을 찾아야 하는데, 기존의 영양 공급원을 대체하는 식품을 찾는다는 것이 인간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감안하면 단순히 돼지고기를 안먹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다가갈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네 동유럽을 뒤흔든 돼지열병은 이제, 광활한 아시아 대륙으로 그 손길을 미치게 됩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우리나라 유입 경로 그리고 북한의 의도적 소행?

2018년 8월 중국의 북부 선양시에서 처음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단 4개월 만에 중국 대륙 전역으로 퍼집니다. 조지아에서 체코까지 3,000 km 전파되는데 11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중국의 열악한 축산 보건 위생 상태가 확산 속도의 가속화를 시킨것인데 중국 축산 산업은 대부분 "뒷마당 농장"이라고 일컫는 소규모 농가에서 돼지를 키우기 때문에 질병이 발생해 키우던 돼지가 죽어도 당국에 보고하는 사람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그리고 정작 중국 당국도 방역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정립이 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 헤이룽장성의 감염된 돼지가 2,000km 떨어진 허난성에 도착하여 감염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가 하면 발병 확인 즉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되어야 함에도 제대로 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허술한 질병 관리로 인해 국제적으로도 돼지 열병 확산에 대한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대륙을 감염시키는 것은 4개월이면 족했다.

문제는 중국이 전세계 돼지고기 생산과 소비의 단연 1등 국가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매년 전세계 돼기고기 생산량의 47.8%를 차지하면서도 반대로 전세계 돼지고기 소비량 49.3% 차지하기 때문에 자급이 부족한 1.5%의 돼지고기를 수입하는데, 단 1.5%임에도 그 수입량이 전세계 수출 물량의 20%에 육박하는 엄청난 국가입니다.

최근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이 사육중인 돼지 4억4000만마리 중 약 1억마리가 살처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급량 부족 수입분 1.5%가 세계 물량의 20%를 차지하는 국가가 생산량 4분의 1토막이 난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요? 이미 그 전조 증상은 발생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국은 100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 했다고 발표했으며 돼지고기 가격은 이미 지난해 30% 상승한 미친 가격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제 다음 차례가 한반도가 되었다는 것이죠.

지난 돼지 콜레라, 구제역 당시 우스갯소리에 불과했던 "금(金)겹살"(삼겹살)의 실체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상륙한 ASF(아프리카 돼지 열병) 확산 현황 : 포스팅일 기준

현재까지 대한민국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지역은 총 13곳으로 9월 17일 파주시 연다산동에서 최초 발병을 시작으로 경기 연천군 백학면(9월 18일), 김포시 통진읍(9월 23일), 파주시 적성면(9월 24일), 강화군 송해면(9월 24일), 강화군 불은면(9월 25일), 강화군 삼산면(9월 26일), 강화군 강화읍(9월 26일), 강화군 하점면(9월 27일), 파주시 파평면(10월 2일), 파주시 적성면(10월 2일), 파주시 문산읍(10월 2일), 김포시 통진읍(10월 3일) 등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며 지난 4일 도서 지역인 백령도에서 의심신고가 발생하는 등 돼지 축산 농가 방역에 비상등이 켜진셈입니다.

이미 쑥대밭이 되었을거란 정황은 많지만, 북한은 어떠한 공식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러한 돼지열병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에서 배수로를 통해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남한에 투입 시켰다는 등의 루머가 전해졌는데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초토화가 되었다고 보고있습니다. 이미 중국과 접경지역인 북부지방은 돼지농가가 전멸할 정도의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이 확인된 바 있으며 북한 정부에서는 애써 이러한 실상을 보도금지하고 있지만 앞서 중국의 경우와 같이 방역체계가 허술할 수록 엄청난 속도로 확산이 된다는 점으로 볼때, 이미 북한 전지역은 돼지열병으로 인해 돼지 씨가 마를정도의 고통을 받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이 북한의 소행이라기 보다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그리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가뜩이나 정부부처가 합동하여 방역에 신경써야하는 중요한 시점에 흉흉한 루머로 인해 분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방역 대응 그러나 북한이 도와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해당 발병 지역의 모든 돼지(약 9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현재 파주와 강화도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 하기로 결정하고 발병이 된 축사를 기준으로 반경 3km에 있는 모든 축사(메뉴얼상 반경 500m를 강화시킨 기준)는 무조건 살처분 대상이며, 해당 지역의 다른 축사들의 돼지들을 우선적으로 검사하여 감염되지 않는 돼지를 정부에서 사들이는 선(先) 수매 정책을 펼침으로써,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장기화 될 경우 발생 가능한 공급 부족현상을 사전에 대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해당 지역의 수매가 끝나면 해당 지역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함으로써 지난 EU가 보여준 극단적 극멸정책을 펼쳐서라도 반드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단 한번이라도 돼지열병에 감염된 국가에 다녀온 여행객들은 입국 시 해당 국가에서 구입한 육포, 소세지, 순대 등 기타 돼지고기류 가공식품을 가지고 들어 올 수 없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냉동된 상태로 15주 가량 생존할 수 있는 특성 떄문으로, 정부는 인간의 작은 실수들로 빚어진 악몽의 역사를 교훈 삼아 바이러스 원천 차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협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북한 인접 지역을 바이러스 확산 방어선으로 삼고 검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차단방역, 사전방역에 대한 북한의 협조 요청이 번번히 묵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식에 의하면 현재 북한 내부의 사정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축산관련 실무진들은 중앙정부에게 남한의 협조 요청을 받아드려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중앙 당국에서는 국가의 위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번번히 묵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한국은 통일부를 통하여 공식적인 협조 요청문을 보내는가 하면, 군사분계선 안쪽 지역에서 멧돼지 등을 발견할 경우 총살할 수 있도록 유엔연합사 및 한미연합사에 이와 같은 뜻을 북한에 전달하였지만 이에 해당하는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 북한 자체적으로 해결이 불가능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조기 대응을 하지못해 결국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토착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난 유럽이 37년간 지속적으로 발병이 일어나 곤혹을 치른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태를 넘기더라도 대한민국 돼지 멸종 위기를 북한과 함께 계속 맞이해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 축산농가 및 반경 3km 살처분 대상 축산농가에 대해서 6개월간의 생계지원금 투입, 살처분 대상 가축 보상액 50% 지급 및 현재 상황이 안정화될때까지 매달 33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보상이 금액적인 문제도 있지만 피땀흘려 키운 돼지를 모조리 죽여야하는 심정을 감히 달랠 수 없을것입니다. 이분들을 위한 진정한 정부의 위로는 완벽한 방역과 신속한 대응으로 하루라도 빨리 돼지 열병을 뿌리 뽑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돼지 멸종이라는 국가재난사태에 버금가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탁 위 삽겹살 사랑은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회자될만큼 각별한 것이고 앞으로 우리 다음세대의 먹거리를 생각한다면 이념과 국가를 떠나 북한과 남한의 상호 공조를 통해 현재 사태에 대한 방역 협력 대응 체계가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ASF(아프리카돼지열병)은 무엇보다 조기발견, 초기대응이 중요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신고 메뉴얼을 남기며 이번주 주간이슈를 마칩니다.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에디터 : Aaron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aronmartinoluc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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