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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이야기] 고양이 집사로 산다는 것, 생각보다 많은 지출과 일거리

생활 정보 이야기/반려 동물 정보

by Aaron martion lucas 2019. 9. 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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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흔히 집사라고 칭한다.

자칭 이 집사들은 고양이를 먹이고 놀아주고 똥 치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직업적 소명이다아직 고양이와 함께 살아보지 않았다면 그것 참 쉬운 일일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정말 그렇게 쉬울까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 이 땅의 모든 반려묘들은 백이면 백천이면 천전부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다르게 말하자면 1000 마리의 고양이를 위한 1000 가지 집사의 소명이 모두 제각각 있다고 할 수 있다모두 다르고 모두 다르게 대할 수밖에 없기에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양이를 하나 새로이 모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정말이지쉬울 것만 같은 먹이고 놀아주고 똥 치우는 그 단순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구루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밥을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다새로운 사료를 주더라도 덥석 먹어본다기호성으로 고민하는 집사들의 눈에 구루 같은 고양이는 효묘(孝猫)가 아닐 수 없다사료별로 약간의 선호도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편식이 없다간식은 가린다동결건조 닭가슴살을 좋아하지만 집사가 직접 삶아준 닭가슴살은 먹지 않는다내가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삶아서 준 닭가슴살을 냄새만 슬쩍 맡아보고는 외면해버렸다 .참 서운해서 생각날 때마다 두고두고 곱씹으며 구루한테 넌지시 불만을 말해봐도 고양이가 그런 것을 알아줄 리가 없다하지만 캣만두치킨맛(동결건조 간식 브랜드 이름)은 없어서 못 먹는다하필이면 저 비싼 캣만두를 제일 좋아하다니... 조그마한 한 봉지에 만 2천원인데...처음 캣만두를 얻어와 작업실 수납함 안에 넣어놨더니 수납함을 엎어서 봉지를 뜯으려고 했다다행히 캣만두 봉지가 튼튼해서 꽤 버텨주었다아무리 간식을 좋아해도 이렇게 수납함을 사냥한 적은 없었는데 어지간히 좋은가 보다. 사료와 달리 간식 입맛은 왜 이리 고급인지 참 어렵다.

집사의 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고 구루는 져키(육포)는 먹긴 하지만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다른 간식이 없으면 마지 못해 먹는다일명 츄르라고 많이 부르는 짜먹는 간식은 스틱처럼 생긴 것만 봐도 호다닥 달려온다그런데 또 닭고기맛리얼스틱 (짜먹는 간식 브랜드 이름)은 안 먹는다알다가도 모르겠다그래서 닭고기가 좋다는 걸까싫다는 걸까아직도 기준을 모르겠다그래서 오늘도 지갑이 털리는 것을 각오하고 간식은 최대한 이것저것 사보게 된다

다른 고양이도 비슷하냐고장담 못한다. 각각의 사람들 취향이 다르듯 고양이마다 다르니까.

고양이 집사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먹는 것 하나도 참 생각할 거리가 많다하지만 아직 시작이다밥만 먹는다고 고양이의 생활이 다 해결되지 않는다.

그 다음은 물이다. 고양이 음수량. 집사들에게는 애증의 단어다물을 안 마셔도 고민 너무 많이 마셔도 고민이다. 고양이를 키울때는 가장 흔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신부전을 늘 경계해야 한다몸무게 곱하기 50ml는 마셔야 한다는데 우리 고양이가 물그릇에 대고 혀를 낼름거리는 걸 보고 있으면 글쎄절대 그 정도 양은 못 마실 거라는 알 수 있다좋아하는 물그릇을 찾아주려고 고양이 음수대도자기 그릇수반머그잔까지 온갖 그릇은 다 동원하였다결론은 결국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것그릇 재질에 많이 까다로운 고양이도 있지만 구루는 그것보다는 위치에 민감하다적절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으면안 먹는다그래서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새로 물그릇을 놓았다면 최소한 며칠 간은 거기서 물을 먹는지 안 먹는지 살펴야 한다고양이 음수량 관리를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냐고? 생각외로 진짜 물을 안 마시는 고양이가 많다그건 결국 질병이 되고고양이의 고통이 되고집사의 경제적 부담이 된다덕분에 나도 요즘 10만원짜리 유명한 도자기 음수대를 노리고 있다이번 궁디팡팡캣페스타(국내 최대 규모의 고양이 용품 박람회)에서 한번 꼭 구경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그렇게 또 지갑이 털려간다...

어떤가 미래의 집사들이여, 이렇게 딱 두 가지만 언급했는데도 벌써 이렇게 할 말이 구만리다하지만 고양이 화장실의 모래 사막화 문제고양이 모래 기호성잦은 설사 또는 변비헤어볼 구토사료 구토고양이 양치질털 관리수직공간잘 놀아주기 등등 따지고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 그걸 다 이야기하려면 책을 하나 써야할 지경이다.

고양이를 키운다는건, 집사의 지갑이 남아나지 않는다는걸 의미한다.

게다가 고양이만 생각할 수는 없다집사도 사람이다집사의 복지를 위해 최소한 성능 좋은 청소기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이불용과 바닥용을 따로 구비하면 더 좋다털에 파묻혀서 살 것이 아니라면 청소기는 정말 필수다검은 옷을 입고 외출 시에 돌돌이로 옷에 묻은 털을 골라내는 작업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집사들의 옷엔  늘 털이 붙어있다.) 이건 마치 온 동네에 나는 고양이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다집에서 지내다보면 심지어 밥 먹다가 밥그릇에서도 나오는 게 털이다고양이 화장실에서 튀어나온 모래 때문에 모래밭이 된 방도 청소해야 한다이런 일에도 역시 청소기가 최고다없다면아니그런 선택지 따윈 없다그냥 사야 한다정말 생각하지 못한 지출이 마구 생겨난다.

예를 들어 에어컨 없이 사람은 폭염을 견딜 수 있다작년 그 더운 여름을 나는 에어컨 없이 얼음통을 옆구리에 끼고 버텼다하지만 올해 8월초에 구루가 아침부터 토를 여섯번이나 했다원인은 더위였다병원 갔다가 14만원이 나왔다탈수 증세였다난생 처음 수의사분께 하악질도 했다그래서 급하게 에어컨을 샀다구입하고 하루만에 설치까지 완료했다. 돈을 아끼자고 개구호흡을하며 스트레스 받는 구루를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처럼 고양이는 돈으로 키우는 것이다. 사랑은 가슴으로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해결되는 건 없다집사의 제1덕목은 사랑이요둘째는 인내심이고마지막은 돈이다. 셋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집사로 살아가기 참 힘들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내심과 돈은 노력으로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고양이를 보면서온세상의 집사들아! 오늘도 열심히 인내하고 또 열심히 노동하자.

 

 

<LUCAS MAGAZINE WRITER - 아름답고 자유로운 작가가 있는 곳>
작가 : "구루 집사"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guruis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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