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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슈] 이국종 교수의 염원 24시 닥터헬기는 날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국제 & 사회 이야기/트렌드 이슈

by Aaron martion lucas 2019. 9. 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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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슈 : 19.09.01 ~ 19.09.07]

지난 2019년 8월 29일 24시간 야간 응급의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응급의료 전용 헬기 즉, 닥터 헬기 "에어 엠뷸런스"가 드디어 9월 6일 아주대학교병원(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저녁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쾌거는 지난해 이루어진 닥터헬기 운용과 관련된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국종 교수(아주대학교병원)의 노력이 일구어낸 성과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실태와 시민의식을 용기있게 말한 이국종 교수

대한민국의 닥터헬기의 도입은 사실 2011년부터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주간(일출~일몰)에만 운용이 가능한 중소형 헬기이다 보니 정작 야간에 응급상황 발생 시 소방청 혹은 해경 헬기를 얻어 타고 출동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닥터 헬기 : 하늘 위 응급실로 기본적인 응급 처치뿐 아니라 개흉술 및 동맥 차단 등 응급 수술이 가능한 헬기

때문에 소방청, 해경 헬기에서는 기존 닥터 헬기에서 이루어지는 응급 처치 수준의 의료 활동이 원활히 환자에게 이루어질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출동하는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응급 의약품들과 무거운 의료 장비들을 모두 보따리처럼 싸서 들고 다니는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그마저도 관할 기관이 먼저 헬기를 사용하고 있거나 출동을 나가 있으면 무용지물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에어 엠뷸런스"는 다릅니다. 24시간 야간비행이 가능한 중대형급 헬기로 응급처치뿐 아니라 응급수술이 가능한 헬기가 드디어 도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활동 범위는 경기도 권역뿐 아니라 한반도 전 지역에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게 대기상태이며 중간 급유가 이루어진다면 제주도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에도 급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이제 정말 끝난 것일까요?

끝나지 않은 제도적 문제

"인계점"이란? : 응급상황에서 헬기가 긴급 이착륙할 수 있게 지정한 지점

이번 24시 닥터헬기 도입 전, 경기도청은 미리 경기도교육청 및 관계 기관들과 협의해 도내 학교 운동장 1700여곳, 공공청사 및 공원 80곳 등 모두 약 1800여곳을 닥터헬기 이·착륙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반 작업을 마쳤습니다. 반면 아직까지도 지방의 상황은 열악합니다. 헬기 인계점이 있는 지역은 인천/강원/충남/경북/전남 등 5개역 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다 합쳐도 828곳으로 경기도 1개 권역이 가지고 있는 인계점 보다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헬기가 이착륙하는 인계점은 중요합니다. 헬기가 착륙할 시 발생하는 엄청난 하강기류는 주변의 모든 걸 날려버릴 만큼 강하고 위험 물질이 튈 경우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응급상황에서 닥터 헬기가 반드시 인계점에만 착륙하라고 규정되어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외국의 경우 닥터 헬기 조종사는 출동 지점으로 이동 중에 이미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관제소에서 착륙지점을 선정해놓고 해당 지역에 소방관 및 지상 인력을 파견해 주변으로의 통행을 일시적으로 금지시켜놓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인도건 차도건,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공간만 되면 그냥 내려앉는 것이죠.

마당 앞에도 착륙하는 독일 닥터헬기

이렇듯 지상과의 공조로 안전성만 확보한다면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닥터헬기의 착륙을 가로막는 인계점 규정이 과연 옳은 법 제도 일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닥터헬기가 출동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진입이 어렵고 긴급한 호송을 위해 출동하는 것입니다. 애당초 원활한 교통상황에 병원과의 거리도 가깝다면 출발할 이유가 없겠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이국종 교수의 말대로 인계점을 무시하고서라도 주택가, 경기장, 고속도로 등 어떠한 곳에도 착륙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것은 북미 국가뿐 아니라 유럽 그리고 옆 나라 일본도 육상의 적절한 통제하에 잘 시행해나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지요. 

헬기는 24시간 하늘을 날 수 있지만 환자는 적절한 인계점 근처에서 다쳐야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모순이 아직도 대한민국에 남겨진 숙제입니다.

대한민국의 시민 의식이 의심스럽다

닥터 헬기가 내는 바람 때문에 집에서 싸온 김밥에 모래가 다 들어갔어요!!
헬기가 날면 미세한 파편들이 튀잖아요! 그게 우리 집 창문이나 내 외제차에 부딪혀봐! 기스 나잖아!!!! 누가 배상할 건데 응?

위 사례는 실제로 이국종 교수의 인터뷰 중 산악지형이나 고급 주택단지 근처로 출동을 나가면 근처 등산객 혹은 주민들로부터 날아들어오는 실제 민원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헬기 야간 운행 제한에 가장 많은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헬기에서 발생하는 소음 민원 역시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이러한 민원뿐 아니라 시에게 공식적으로 아파트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심지어 같은 병원 환자들까지도 저녁에 헬기로 인한 소음으로 잠을 설쳤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이 빈번하기 때문에 사람을 살리러 가는 의료진들은 언제나 죄짓는 죄인들 마냥 고개를 굽신 거리며 출동 하기 일쑤입니다.

당신의 잠을 깨우는 소리, 닥터헬기의 소음은 생명을 구하는 소리입니다.

첫 번째 이국종 교수의 영상 속 미식축구 경기장에 닥터 헬기가 날아들어와 부상 선수를 데리고 이륙하는 장면을 보시면 전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헬기가 잔디 경기장에 착륙하면 엠뷸런스가 경기장에 난입하는 것보다 더 오랜 정비 시간이 필요한데도 눈살을 찌푸리기보단, 부상 선수를 데리러 온 의료진에게 마치 "현실판 슈퍼히어로" 처럼 박수를 보내주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교통량이 산재한 도심 한가운데 혹은, 개인 정원에 착륙한 응급 의료진의 활동에 대해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당연한 일에 동참한 것이고 그 대상이 언젠가 자신이 될 때도 지금처럼 신속하게 대처해 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골든아워 :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60분)

사실 의료진 그 누구도 닥터헬기를 타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헬기에 몸을 태우고 싶은 의사가 몇 명이나 될까요? 하지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아워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의료진은 헬기 탑승 시 다치거나 사망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면서까지 헬기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위험 각서를 쓰고 레펠강하로 환자에게 접근 하고있는 이국종 교수 

우리나라는 이제 누가 머래도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입니다. 하지만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과연 국민들의 시민 의식도 함께 성장하였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의료진은 없고 환자만 있는 중증외상센터

지난 아덴만의 기적이라고 일컫던 "석해균 선장"님의 생존 소식을 기뻐하던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는 석해균 선장의 피탄 소식을 듣고 혈액 및 의약품 공급이 힘든 오만으로 긴급 파견되어 급박한 상황에서  "에어 엠뷸런스"(환자 호송기)를 자신의 명의로 빌려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해냅니다. 그 뒤로 이국종 교수가 인기스타가 되자 정치계에서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약속과 권역별 건립을 추진합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엔 전국 17개의 중증외상센터가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17개의 중증외상센터 중 단 1곳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석해균 선장님의 이슈, 북한 병사의 판문점 탈북 이슈가 사그라든 이후 약속된 지원은 또다시 조용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중증외상센터는 병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시설입니다.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센터의 의료진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의사 개인적으로도 돈도 되지 않고, 학계 내 주류도 될 수 없을뿐더러 인원 부족으로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까지 짊어져야 하는 현실을 자진하여 선택할 명분이 없습니다. 결국 정치 이슈를 통해 세워진 중증외상센터엔 환자만 있고 의사는 없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 의사는 모든 분야의 응급 상황을 컨트롤하고 처치가 가능한 의사여야 합니다. 그러한 의사를 키우기 위해선 1개의 중증외상센터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중증외상센터로 이러한 인재를 파견하여 또다시 인재를 키우는 형식의 씨앗심기가 필요한데, 정작 대한민국은 17개나 되는 외상센터를 만들어 개별 병원 의사들 중 몇 명을 전향시켜 배치시키는 형식이니, 해당 의사가 이러한 업무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나가버린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또 다른 의사를 전향시키고 있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실정인 것입니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꺼리고, 병원 내 부서에서 차별받는 현실 그리고 그들을 보는 따가운 시선들까지 그 모든 것들을 감내하고 아직도 우리 주변엔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을 위해 이번 24시 닥터 헬기 도입 추진 전 경기도는 닥터헬기 운용에 발생하는 모든 민원과 법적인 부분을 경기도에서 감내하기로 결단을 하고서야 첫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의료계의 발전은 이렇듯 제도적인 부분이 선행하여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경기도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 더 많아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나, 정치가의 입장에서 민원이 들어오는 소지가 많은 사안에 대해 자신의 지역구 표를 생각하지 않고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대한민국 사회가 먼저 선진화되어 사회 인식이 바뀌고 그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국종 교수 : 제가 말하는 정의는 대단한 게 아닙니다. 그저,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는 거죠. 남들이 뭐라 하든 휘둘리지 않고 그저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에디터 : Aaron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aronmartinoluc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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