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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조이라이드가 기찻길 자갈에서 착안했다? 철로 위 자갈의 비밀.

사이언티픽 이야기/생활 속 과학 백과사전

by Aaron martion lucas 2021. 1. 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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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입니다. 따뜻한 봄·가을이나 뜨거운 여름에 떠나는 여행도 매력적이지만, 추운 겨울 기차에 몸을 싣고 훌쩍 떠나는 일도 굉장히 낭만적이죠. 무궁화호가 중심이 되는 내일로 여행처럼, 완행열차를 이용하는 것은 기차 여행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열차에서 함께 여행하는 친구와 맛난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 만한 재미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고속열차나 지하철에 비해 전국 곳곳을 누비는 일반 열차들을 타면 유독 차량이 크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덜컹덜컹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기도 하고요. 기차는 왜 이렇게 덜컹거리고 흔들리는 것일까요?

낭만 가득한 겨울 기차여행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차의 덜컹거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기차가 흔들리는 이유는 철로의 궤도가 변형됐기 때문인데요, 우선 궤도의 개념에 대해 알고 있어야겠죠. 기차선로(궤도)는 크게 바닥에 자갈이 깔린 자갈도상, 바닥이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콘크리트도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궤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기초공사를 마친 바닥(노반)에 자갈이나 콘크리트를 깔고, 그 위에 직육면체 형태의 나무인 침목을 놓아 레일을 설치합니다. 이때 노반과 침목 사이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도상인 것입니다.

철도 선로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들의 명칭

자갈궤도는 주로 일반열차에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노반 위에 자갈을 깔고 그 위에 침목과 레일을 놓는 선로인데요, 커다란 돌을 잘게 부수는 쇄석 과정을 거쳐 설치됩니다. 이렇게 철로에 자갈을 깔게 되면 열차의 하중을 받은 울퉁불퉁한 자갈들이 마찰을 일으키며 마모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단단하게 응집됩니다. 이로써 자갈은 레일과 침목이 받는 무게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또 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생기는 진동과 충격, 소음을 상쇄시켜줍니다. 승차감을 좋게 만들기 위한 측면에서 자갈도상이 선호되는 이유입니다.

나이키 조이라이드 운동화의 비즈쿠션이 철로의 자갈 역활을 한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사에서 출시한 러닝화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나이키 조이라이드 모델) 신발 뒤꿈치 밑창 부분에 형형색색 작은 비즈들이 모여 비즈쿠션을 장착한 조이라이드 러닝화는 기존 운동화들과 비교해 쿠션감이 월등히 향상됐고, 발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여주며, 개인마다 다른 발 모양에 따라 비즈들이 움직이고 압력에 눌리며 변형된 결과, 사용자의 발에 가장 편한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는 특징을 자랑합니다. 바로 나이키 조이라이드 운동화에 적용된 비즈가 선로에 깔린 자갈과 마찬가지로 충격 흡수 및 완화, 승차감(쿠셔닝) 향상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위해 사용된 거라 볼 수 있겠습니다.

서울 1호선 개통식 당시 종로역 사진, 자세히보면 지금의 콘크리트 도상이 아닌 자갈 도상이 깔려 있다.

자갈은 비가 많이 내릴 때에도 돌 사이로 물이 빠질 수 있어 배수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되기도 하여, 인조잔디 축구장을 만들 때에 잔디 아래로 물이 잘 빠지도록 지반 위에 자갈을 부어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철도 궤도에 자갈도상을 주로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설치비용이 콘크리트 도상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나라에서 장거리용 일반열차가 지나가는 선로에 자갈 도상을 사용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지하철 1호선 초창기 역시 같은 이유로 자갈도상 위를 달렸습니다.

자갈 도상은 주기적으로 자갈을 갈아주고 새로 깐 자갈을 고르게 다져주는 탬핑(Tamping)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갈도상에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 설치비용이 저렴하지만 지속적으로 열차의 하중과 이동으로 인한 충격을 받아 자갈이 깨지고 갈리면서, 궤도가 뒤틀리고 레일이 주저앉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비가 많이 내릴 때 자갈이 휩쓸려 나가면서 도상이 소실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깁니다. 그래서 자갈을 주기적으로 새로 갈아주고 다져주는 탬핑(Tamping) 작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선로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지보수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하철 등에는 콘크리트 도상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기만 해도 깔끔해보이는 콘크리트 도상은 비싸지만 유지비가 들지않고, 먼지를 잘 일으키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자갈 도상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게 콘크리트 도상입니다. 노반 위에 자갈 대신 콘크리트가 사용되는것을 말하는데, 침목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콘크리트 내부에 들어가 있는 슬래브 도상도 있습니다. 콘크리트도상은 초기 설치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 번 설치해두면 거의 변형이 없기 때문에 유지보수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형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궤도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으며, 보수 작업이 어려운 교량 등의 구조물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갈에 비해 먼지를 덜 일으키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철도, 환기가 어려운 터널 내부 선로와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 및 전철 역시 이 콘크리트 도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기존 자갈 도상을 사용하던 KTX 고속 구간을 콘크리트 도상으로 변경하고 있는 모습. 

만일 실내의 일정한 조건을 달리는 장난감 기차라면 등속 운동을 하며 흔들림 없이 움직이겠지만, 외부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실제 열차의 경우에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선로에 많은 충격을 가하게 됩니다. 게다가 선로가 살짝 변형이 되어 있다면, 바퀴와 차량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피칭 현상과 앞뒤로 덜컹이는 롤링 현상이 발생할 것입니다. 운동장 트랙 같은 일정한 노면 위를 달릴 때에는 충격이 덜하며 몸도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달릴 때에는 몸이 크게 흔들리고 허리와 다리에도 많은 충격이 가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가 대세인 요즘에는 자갈도상보다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도상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죠.

하찮아 보이는 자갈,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 너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실 자갈이라고 하면 쓸모없는 돌로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자질구레하고 아무렇게나 생긴 돌멩이라고 정의되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철길이나 야외 주차장에 깔린 자갈처럼, 일상생활에서 자갈은 제법 활용도가 있는 물질입니다. 이런 자갈의 모습을 보면 하찮아 보일지라도, 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세상만사에는 이렇게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레일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는 저 회색 자갈처럼 말이에요.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에디터 : Aa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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