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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페르소나' 서평 & 독후감 : 사랑은 두렵지만, 다시 기대하게 만든다.

문화 & 예술 이야기/도서 리뷰

by Aaron martion lucas 2020. 2. 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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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나간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헤어지기 싫다며 안아주는 연인을 보거나, 행복한 눈빛을 교환하는 연인을 볼 때면 말이다. 난 이런 사랑이 그리우면서도 무섭다. 사랑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정확하게 말하면 이별하고 남은 공허함을 이길 자신이 없다. '사랑은 새로운 사람으로 잊혀진다, 많은 남자를 만나야, 보는 눈도 좋아진다등의 이야기를 들었고, 어느 정도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만, 이상하게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늘 그렇게 불안정한 상태로 홀로 남아 있다. 이런 불안과 그리운 마음을 혼자 간직했었는데, 숨겨왔던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공감되었던 책이 있었다. 바로 독립출판 <사랑은 페르소나>이다. 이 책은 사랑이 끝난 뒤 찾아오는 그리움과 낯섦을 마주하면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이다. 사랑의 온도가 달라서 상처 받기도 하고, 헤어짐을 반복하지만, 행복과 사랑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작가의 시선이지만, 그 속에서 ''를 발견하게 됐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감정에는 모순이 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이라는 가정을 만들어 내는 모순 말이다.

드라마를 많이 보고, 아이돌을 따라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00 마눌, 00 내꺼 라면서. 지금 생각하면 촌스러우면서도 순수했다. 그해가 지나고 진짜 사랑이 찾아왔다. 그것도 갑자기.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사랑이란 단어만 많이 들어본 풋내 나는 시절이었다.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며 다녔다. 매 순간 솔직했고, 부끄러움이 많았다. 행복과 설렘을 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고, 헤어지기 싫다며 조금이라도 같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함께 있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도 보통의 연인과 같았다.

결국 우린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에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주로 상대에게 사랑을 원했고, 상대는 내가 원하는 만큼 표현을 해주지 않았다. 같이 있지만, 같이 있는 것 같지 않았고, 함께 있어도 외로웠다. 곧 이별이 올 거라는 걸 알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별을 짐작하면서도 아무 일 없는 척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헤어지자고 했다. 상대방은 왜 그러냐는 예의상 말을 꺼낸 뒤 행복하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갑자기 찾아왔고, 빠르게 떠나갔기에 공허함이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있었다.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내 삶의 수많은 불안정한 관계 중 한 번이었던 이 만남에. 나는 가장 크고 넓은 심장을 떼어줬다. 얼마 안 남은 이 심장으로 나는 앞으로 얼마 큼의 불안정한 관계를 더 버텨낼 수 있을까?

다른 사람으로 이별을 잊는 사람도 있고, 본인에게 집중하여 자기 계발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별을 견뎌낸다. 나는 나를 괴롭히는 걸로 공허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쁜 하루들을 보내며 내 감정을 외면했다. 안타깝게도 이 감정도 외면한다고 해서 외면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방법을 몰라 무서웠을 뿐이다.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괴롭히는데 어떻게 상대의 사랑만 바랐을까?

그때부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락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이 역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됐다. 사랑은 내가 유치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해 줬고, 이별은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생각하다 보니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지 흐릿해진다.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또 생각하다 보니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더라 점점 희미해진다. '그 사람은 왜'라는 답을 찾으려 했는데, '그 사람'이 사라져 간다.

희미해진 경지에 오르면 모든 게 무뎌진다. 그때의 사랑도, 이별도. 잊혀진다기보다 덤덤하게 그 감정을 돌아볼 수 있달까. 한 사람을 오래 만난 친구가 말했다. "내가 다시 이런 사랑을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 뭔가 지쳐" 반대로 오랜 시간 동안 혼자인 친구도 기념일이나 생일 등 남자 친구와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무뎌지고 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혼자의 시간이 익숙해지고 있다. 이 익숙해지는 시간 역시 무섭다. 사랑은 정말이지 해도 어렵고, 하지 않아도 어렵다.

내 감정을 고이고이 보관한다. 그렇게 서서히 보관하던 창고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창고는 내 안의 어딘가 깊숙한 곳에 묻힐 것이며 나는 이 창고의 존재를 잊고 아무렇지 않은 듯 흐르는 코피를 닦으며 또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작가가 책을 마무리하기 전에 적었던 '길에 떨어져 있던 마음 한 조각' 부분처럼 내가 떨어뜨리고, 놓친 행복을 찾고 싶다. 상처가 커서 기억하지 않으려 했던 모든 순간에도 행복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싶지 않다. 사랑 뒤에 남아있는 이별의 잔상을 꺼내고, 행복과 사랑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은 페르소나> 책을 추천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모습이 투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맥주까지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 지나간 사랑을 잘 보관하고,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기대하고 싶게 한다.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작가 : 답답할때 속을 편하게 해주는 매실처럼 마음 따뜻한 글을 쓰는 "매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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