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화 추천 : 뷰티 인사이드] 우진이 목수가 된 이유

문화 & 예술 이야기/인생 영화 소개

by Aaron martion lucas 2020. 1. 31. 12:02

본문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주인공 우진은 가구를 손수 만든다. 요즘처럼 기계를 이용해 대량 생산을 하기보단, 가구의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제 손을 들여 핸드 메이드 제작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하나의 가구를 만들기 위해 참 많은 날을 소모한다. 그는 왜 목수가 되었고, 굳이 가구 하나를 만드는데 먼길을 돌고 도는 것일까? 고객의 니즈에 맞춰 맞춤 제작을 하기 위해서? 그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인 걸까? 우진이 나와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이 같은 의문이 가장 합리적인 의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우진의 삶을 안다면, 우진이 왜 목수가 되었는지 조금이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진은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임과 동시에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목수'를 선택해, 가구를 하나하나 제 손으로 만드는지도 모른다.

매일 다른 사람이 되는 자신의 영혼을 계속해서 되뇌기 위해서.

영화<뷰티 인사이드>의 남자 주인공 우진은 우리와는 다소 다른 삶을 산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뷰티인사이드'를 본 관객들은 우진의 얼굴을 각자 다른 생김새로 기억한다. 누군가는 중년의 아저씨로, 누군가는 젊은 일본인 여성으로, 누군가는 배우 못지않은 잘생긴 외모로. 하나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의 얼굴을 모두 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는, 우진이 매일 아침 새로운 사람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도 사정도 계기도 없이 우진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아침, 원래의 자신과 전혀 다른 얼굴로 눈을 뜨며 이 같은 판타지적 삶을 시작한다.

맨 처음 다른 얼굴이 되어 아침에 눈을 뜬 어린 우진은 엄청난 패닉과 슬픔에 빠지지만, 영화는 아주 잠깐 이를 보여주고는 곧장 시간이 지난 뒤의 현재의 우진을 보여준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나름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른이 된 우진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진이 가구를 만드는 모습을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잔잔한 음악의 전주가 반복되듯 보여준다.

영화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를 사랑하게 되는 여자 이수(한효주)의 사랑을 중점으로 다루며, 사랑의 굴곡을 여실히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결국 두 사람이 함께 모든 걸 포용하며 키스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나는 이런 영화의 줄거리 보다도 우진이 목수가 된 사연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우진이 목수가 된 이유를 영화 내에서 설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왜 하필 목수였을까?

나는 그가 목수가 된 사연이 바로, 자신의 영혼마저 잃지 않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목재를 이용해 가구를 만드는 일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사실, 손수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다. 가죽 공예나 귀금속 공예처럼 하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과정을 긴 시간 동안 수행해야 하는 작업은 번거롭지만, 그 번거로움의 크기만큼 이후의 만족도는 비례해 커지니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는 분야가 바로 공예다. 그리고 가구를 만드는 일은 현실에는 없겠지만, 우진과 같은 사정을 가진 인물에게는 단순히 내가 말한 매력을 넘어서 자기 위로의 방식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말의 요지는 가구의 주 재료가 되는 목재에 힌트가 있다. 우선 가구 공예를 간단히 말하자면, 목재마다 만들 수 있는 가구는 제한적이다. 이는 나무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인데, 나무에 따라서 책상이나 의자로 만들기 좋은 게 있고, 책상이나 나무보다는 도마처럼 주방 용품으로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인 나무가 있다. 그렇기에 특성을 잘 알아야 상황에 맞는 나무를 골라 그 나무에 맞는 가구로 가공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잘 파악해 가구를 만들기 전에 목재 선정을 완료하면, 카테고리의 한해서 다양한 디자인으로 소화하는 건 온전히 목수의 몫이 된다. 같은 의자라 할지라도 수 천 수 만의 모양을 가진 의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목수의 능력이며, 목수가 누릴 수 있는 권한이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바로 목재의 재질이다. 의자를 만들기 위한 알맞은 재질의 목재를 선발하면, 이후 어떤 디자인의 의자가 되더라도 목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원목을 사용했다면, 어떤 모양의 의자든 결국 원목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진이 잃고 싶지 않은 영혼과 직결된다.

우진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아침 이후로 자신을 잃어버렸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제와 다른 얼굴이 거울 앞에 서있고, 이 얼굴은 다음 날이면 또 바뀌어버리기에 특정 할 수도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도 없다. 내일이면 사라질 모습으로 매일을 살아가니, 자신을 기억할 수 있는 얼굴이 없는 셈이다. 이는 생각보다 공허하고 암울하다. 기억할 수 있는 내가 없다는 사실은 끝없는 우울감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나는 과연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일까? 이금 이순간에도 이 같은 고민과 공허에 빠진 나는 과연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이처럼 그에게는 매일이 시한부의 삶이다. 아니 적어도 시한부의 삶은 기억할 수 있는 '자신'이 있지만, 우진은 무엇도 기억할 수 없는, 오늘이 지나면 끝인 삶으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새로이 태어나지만 하루를 채 못 사는 가여운 삶이다. 그렇기에 우진은 본인조차 의심스러운 ''라는 실체를 기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자 했을 것이다. 사진이나 그림이나 글로도 증명할 수 없는 자신을 증명하고 아무리 잠들고 일어나도, 매일 다른 모습이 될지언정 변하지 않는 자신의 본질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 같은 마음이 선택한 것이 바로 목수의 삶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 천 수만의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의자, 테이블, 책장의 모습에서 변하지 않는 목재의 본질을 통해, 자신을 계속해서 확정하고 붙잡아두고 싶었을 것이다. 어떤 모습이 되든 나 우진은 이 안에 있음을 스스로 계속해서 되뇌며...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