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름다움과 악취를 품은 은행나무 속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

사이언티픽 이야기/생활 속 과학 백과사전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2. 6. 13:07

본문

안녕하세요. 올해도 벌써 겨울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2019년 한 해도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드는 데요. 저 같은 경우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매번 느끼며 살다 보니 더 체감상 가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높은 건물과 많은 차가 다니는 도시보다는 아무래도 조금은 한적한 공간에 있다 보면 주변을 좀 더 자세하게 둘러보게 되고 자연이 더 가깝게 느껴지니까요. 그리고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살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뒤늦게 가을을 보내며 생각해 봅니다.

도심 속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일지라도 가끔은 하늘도 보고 주변에서 색깔별로 변화하는 나무들도 감상하면서 종종 위안을 받아 보세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인위적으로 꾸며진 그 어떤 공간보다도 더 큰 감동과 위안을 주는 것은 확실하답니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은행나무가 아닐까 싶은데요. 단풍나무와 쌍벽을 이루면서 고운 노란 빛깔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넋을 놓고 한참 동안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은행나무는 한국 내 거의 모든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강원도 홍천에 위치하고 있는 은행 나무 숲이 대표적 자연 관광지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찍기만 하면 인생샷이 되는 홍천 은행나무 숲

해마다 10월이 되면 한 달간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으며 개인이 30년 시간 동안 가꾼 숲으로 알려진 이곳은 1985년 농장 주인의 아내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인해서 시달리던 시기에 강원도 홍천에 자리를 잡으면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는 데요. 오대산 자락의 광물을 품고 있는 일명 "삼봉약수"의 효험을 듣고 나서 아내의 병이 완쾌되는 것을 비는 심정으로 넓은 대지에 은행나무를 한그루씩 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해부터 시작하여 25년 동안 개방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2010년 우연히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로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해, 지금은 일 년 중에 딱 10월 한달간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니 내년에는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홍천은행 나무숲 가는길↓↓↓

주소 :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686-4번지 (홍천 은행나무 숲)
운영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5시 (10월 한달만 개방)
입장료 : 무료
주의 사항 : 반려동물 입장 불가

하지만 굳이 유명한 곳을 방문하지 않아도 우리 나라의 특성상 도심 속에서도 흔하게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데요. 노오란 자태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은행잎이 떨어져서 갈색의 보도가 노랗게 변한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아름다운 은행나무에 대해 그동안 궁금했거나 우리가 몰랐던 상식들에 대해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예쁜 광경에도 한가지 단점은 있으니!! 바로 으깨진 은행 열매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입니다.

왜 은행나무는 가을에만 색이 변하는 걸까? 

은행나무는 여름에는 엽록소 생성이 활발하기 때문에 초록색이 두드러지고, 가을이 되기 시작하면서 엽록소 생성이 느려지고 분해되어 은행나뭇잎에 포함되 있는 카로티노이드(Carotinoid) 계열의 크산토필(xanthophyll) 색소가 생성되 노란색으로 물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카로티노이드의 계열의 색소는 생물계에서 널리 볼수 있는 노랑·주황·빨간빛을 가지는데 그 중에서 크산토필이 노랑색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죠, 반대로 단풍잎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빨간색 색소가 크산토필과 같은 원리로 변색되며 붉게 물드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왜 하필 가을일까요?

앞서 말한 은행나뭇잎을 노랗게 물들이는 크산토필은 여름보다 낮과 밤사이의 기온 차가 그면 클수록 더 생성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 일부 나뭇잎에서 형성되고 기온 차가 클수록 엽록소의 생성이 감소하면서 잎과 당이 축적되는 크산토필이 많아지게 되 서서히 노란색으로 물들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색이 변한 나뭇잎은 떨어지기 직전에 아주 밝은 노란색을 유지하고 또 떨어진 이후에도 색소의 분해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약 2주 동안 노란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은행 나뭇잎의 약효와 효능

은행잎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화합물이 무려!! 백 가지가 넘게 있습니다. 그중에서 일부는 생리활성물질(인간의 생리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은행잎 추출물의 약리 작용이 가능하다고 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은행잎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표적으로 항산화작용 및 항염증에 효력이 있으며 혈액응고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빌로발라이드(bilobalide)나 징코라이드(ginkgolide) 등이 동맥 및 정맥, 모세혈관 순환과정에서 세포질의 에너지를 증가시켜 세포조직을 개선하는데 효능이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1992년부터 은행잎에서 추출한 합성물로 제조된 혈액순환개선제 "기백신"은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 외에도 은행나뭇잎의 화합물들은 편두통을 감소시키기도 하며 뇌혈관에 작용해서 약물로 이용되는 것들도 있다고 하니, 우리가 그냥 아름답다고만 보던 은행잎에 이렇게 사람에게 유용한 약효를 지닌 분자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런 은행나무에게 큰 단점이 있으니...

은행나무 냄새 대체 어디서, 왜 나는 걸까?

예쁘고 낭만적일 뿐 아니라 몸에 이로운 은행나무, 그러나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은행나무 열매에서 나오는 악취입니다. 은행 열매는 그 모양과 빛깔이 살구와 비슷하게도 보이지만 그 향기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또 이 열매가 떨어지게 되면 물렁물렁한 부분인 외피 층이 터지면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 냄새의 주범은 탄소로 이루어진 지방산들이라고 합니다.

가을의 지뢰 "은행열매"의 악취로 최근에는 수거 작업까지 벌이고 있다.

은행 열매의 물렁한 외피층을 이루고 있는 성분 중 뷰티릭산(Butyric Acid)과 헥사노익산(hexanoic acid)이 산소와 빛과 열에 의해서 산화가 되면 지방산으로 변질이 되는데, 이 지방산이 바로 냄새를 내는 주범입니다. 특히 뷰티락산의 냄새는 상한 버터냄새 또는 발고락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고약한데 사실 이렇게 강한 은행 열매의 냄새는 은행 나무의 생존법과 연관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고약하게 느껴지는 이 냄새는 사실 들짐승들에게 자신을 유혹하는 향기로 퍼져나가고 이러한 냄새에 유혹 당한 동물은 은행 열매를 먹고 장소를 옮겨가면서 볼일을 보게됩니다. 그렇게 되면 소화가 안 된 은행알은 자연스럽게 다른 장소에 또 새롭게 씨앗을 뿌리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워낙 열매가 크고 무거울 뿐 아니라 이러한 냄새를 좋아하는 들짐승들도 얼마 되지 않아 자연적으로 씨를 뿌리는게 아주 힘들다고 하네요.

은행 열매를 함부로 만지면 벌어지는 일들

은행 열매를 맨손으로 만질 경우 옻오름과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가을철이 되면 주변에서 은행알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은행나무 열매를 줍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은행 열매의 외피에는 앞서 말한 냄새의 주범인 지방산 뿐 아니라 피부를 가렵게 하는 빌로볼(Bilobol)이라는 물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빌로볼 분자가 옻나무에서 발견되는 우루시올 분자와 분자 구조상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부가 민감하거나 옻나무 알레르기가 있는 분의 경우 은행 열매를 만지게 되어도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거나 두드러기가 나는 등 피부가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 열매를 만진 손으로 눈이라도 비빈다면... 그 뒤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익은 열매를 주울 시에는 꼭 비닐장갑 등을 미리 착용해야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는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은행알 안주는 적당히!

천식과 결핵 같은 호흡기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잘 알려진 은행알, 심지어 술안주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이 은행알에 독성물질이 있었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은행 열매은 보통 은색의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그안에 있는 은행알을 굽거나 쪄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알에 바로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독소는 열에 쉽게 분해되지 않아 은행을 굽거나 찌게 되더라도 양이 크게 줄지 않을 뿐더러 분자구조가 우리 체내의 림프절, 흉선, 비장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비타민 B6와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가 비타민 B6를 섭취해도 신체에서는 분자구조가 비슷하여 이를 동일한 것으로 오인해 활성을 방해하는 신경독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은행알 구이, 그러나 과다섭취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은행알의 독소는 성인의 경우에는 간질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어린이의 경우 심할 경우 의식을 잃고 쇼크상태까지 빠질 수 있다고 하니 특히 어린이들은 익히든 굽든 찌든 어떤 형태로 요리를 하든 간에 은행알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은행알이 안주로 나오게 되는 경우에도 그 양이 몇 개 되지 않을 정도로 소량만 나오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은행알 적정 하루 섭취량>
성인 : 10개 이내
어린이 : 2~3알 

이번 편에서는 가을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고운 빛깔을 뽐내는 은행나무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에 대해서 알아 보았습니다.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 해로운 점 보다는 이로운 점이 더욱더 많은 은행나무가 임에도 많은 분들이 최근 은행나무에서 나는 악취로 많은 민원을 넣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건 현재 우리나라에서 눈에 치이듯 보이는 은행나무는 사실 멸종 위기품종의 나무입니다.

흔한 가로수 은행나무, 그러나 알고 보면 지켜줘야할 나무입니다.

은행나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시간 지구와 함께한 나무입니다. 약 2억8000만년 전 고생대부터 출현하여 이후 중생대, 백악기를 거친 유수한 역사를 지닌 이 나무는 당시에는 10종 이상의 은행나무가 있엇지만 현재까지 생존한 품종은 단 1종 뿐입니다. 인간으로 따지만 모든 포유류가 다 멸종하고 인간 혼자 남게된 것이죠. 

현재 진짜 야생 은행나무는 중국 동부서남부에만 아주 소수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우리 눈에 흔하게 보이는 은행나무들은 모두 인간이 인위적으로 길러 심은 것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은행나무를 매우 높은 멸종위기종(Endangered‧EN) 등급으로 분류해 놓은 상태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은행나무가 하나의 품족이라는 것은 자칫 특정 전염병이 돌게된다면 멸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워낙 자연적으로 씨를 뿌리는 것이 힘들다 보니(앞서 말했듯 종자 자체가 무겁고 악취가 심하기 때문에 들짐승들이 잘 먹지 않으려 한다) 인간이 멸종하는 순간 함께 멸종될 가장 첫번째 수목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흔한 은행나무, 이제 지켜줘야할 때 입니다.

그동안 보는 즐거움만 생각을 했다면 다음 해부터는 은행잎이 만발한 나무를 보면 고마운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결실과 풍요로운 계절이라고 알려진 가을철도 끝나갈 무렵입니다. 다가오는 겨울철에는 한해를 잘 마무리한다는 마음으로 정리도 하고 못 만난 사람들이 있다면 안부 인사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새해에 대한 목표도 세워보고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설레임을 가득 안으실 수 있는 날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루카스 매거진 : 자유로운 작가들이 만드는 독립 잡지>
작가 : 야시작가 "일상 속 과학 탐구생활"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