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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 & 서평 : 언어의 온도] 당신의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

문화 & 예술 이야기/도서 리뷰

by Aaron martion lucas 2019. 12. 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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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는 몇 도일까? 언어의 온도가 몇 도일 때 거부반응이 나지 않을까? 너무 뜨거우면 사람을 놀라게 하고, 너무 차가우면 사람을 떠나게 한다.

<언어의 온도> 중에서

말은 어렵다. 의도하지 않게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괜한 자존심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끔은 말의 의도가 잘못 해석될 수 있고,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으면서 늘 말로 실수한다. 예쁜 말들은 마음속에 두고, 단어를 잘못 조합하며 후회하기도 하면서... 반대로 말은 상처 받은 사람을 위로하기도 하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만큼 언어는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날, 자취하려는 내게 엄마가 말했다.

어차피 결혼하면 나가서 살 텐데, 왜 자꾸 나가서 살려고 하는 거야?

스쳐가듯 말했던 엄마의 말은 내 기억 속에 남았고, 엄마는 그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처럼 지나가는 말도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 즉 누구가에겐 내가 했던 위로의 말과 상처의 말들이 여전히 기억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이와 같이 언어의 온도에 대해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무심코 지나가는 말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괜찮아"를 예로 들었을 때, 말 그대로 진짜 괜찮을 때도 있지만, 괜찮지 않은 이유를 말하기 귀찮아서 괜찮다고 하기도 한다. 이렇듯 짧은 단어에 다양한 의미가 있다.

한참 무기력함이 찾아왔을 때 입맛이 없어서 며칠 끼니를 거를 때가 있었다. 매일 누워있었고, 침대에 뒹굴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누워만 있냐는 친구의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했다. 내가 이유를 말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무기력하기도 했고, 진짜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때 친구는 "그냥"의 말을 꺼낸 내 표정과 말투에서 내가 지쳤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즉 언어에도 온도와 기운이 있다는 뜻이다. 어떤 표정과 어떤 말투로 말했느냐에 따라 우린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다.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했다. 그래서일까. 진심 어린 사과에는 '널 아프게 해서 나도 아파'라는 뉘앙스가 스며 있는 듯하다.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다

사과가 필요한 순간에 사과하기란 쉽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어렵고, 특히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친하고 편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린 사과를 피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미안함을 표현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야"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사과받아야 할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과하지 않음을 더 기분 나빠한다. 나도 꺼내기 어려운 말을 왜 상대방에겐 쉬운 일이라 생각했을까. 그러다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잘하는 친구를 만났다. 당연히 사과받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나는 그 사과에 울컥했고, 오히려 더 미안해졌다.

언어라는 게 이상하다.

목소리에도 언어의 온도가 느껴져서 사과와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괜히 더 미안해지고, 고맙고 그렇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앤드루가 사촌과 성공의 기준을 두고 언쟁을 벌이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아버지가 한마디 쏘아붙인다. "서른넷에 빈털터리가 되고 술과 마약에 취해 죽는 게 성공이라고 할 수 없지, 안 그래?" 유명 재즈 연주자인 찰리 파커의 삶을 빗대, 드럼 연주자가 되겠다는 아들의 꿈을 에둘러 평가 절하한 것이다. 그러자 앤드루가 눈을 부릅뜨고 대든다. "전 서른넷에 죽더라도 사람들이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겁니다!"

이처럼 언어에는 가치관이 있다. 상처되는 말을 서슴없이 꺼내는 상대방의 말에 아무말도 못 할 때도 있다. 정말 그런 게 아닌가 하는 무서움 때문에. 하지만 내 안에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다면 어떤 말을 해도 내 언어로 반문할 수 있다. <언어의 온도> 책에서 나온 저 영화의 대사처럼 말이다. 친구와 같은 영화를 보고 나왔다.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결국 영화가 좋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듯 우린 다양한 사람과 언어를 주고 받고, 많은 언어를 들으면서 가치관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내 언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온도인가에 따라 다른 말이 될 수 있고, 진심 속에서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말을 감싸고 있는 온도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이 듣기 좋은 말은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그 기쁜 표정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드니까. 즉 말의 온도가 따뜻하면 따뜻할수록 서로가 좋은 일이다. 물론 언어의 온도가 낮은 사람에게까지 애써 따뜻한 말로 다독거릴 필요는 없지만. <언어의 온도> 속에 등장한 많은 사람들처럼 언어를 잘 선택하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걸 아름다움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와 이를 자기만의 언어로 잘 녹여내는 사람이었다. 그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언어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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